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전시전
물과 바람과 시간을 생각하니 윤동주의 서시를 연상케 하는 운율감이 있다. 흘러가는 물은 마치 변하는 마음처럼 보인다. 마음이 견실하지 않으면 무게감 있게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다. 빠르게 흐르며 소용돌이치는 강을 건너려고 할 때 자신이 급류에 휠 쓸려 가는 신세라면 어떻게 다른 사람이 강을 건너게 도울 수 있을까. 일체의 번뇌를 해탈한 최고의 높은 경지인 니르바나(산스크리트어 nirvana)까지는 아니더라도 견실한 균형은 필요하다.
대청호는 청주, 옥천, 대전 등이 공유하고 있는데 자연적인 색깔은 대전 쪽이 강하고 미술적인 색깔은 청주가 잘 조성해두었다. 청주 문의에 가면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이 있는데 지금 물과 바람의 시간이라는 주제로 전시전이 열리고 있다.
이곳에 자리한 작품들은 대청호가 가진 공간적 특성과 환경적 맥락에서 자연과 환경이라는 주제의 연장선에 있다고 한다. 물과 바람을 배경으로 생성과 소멸에 대한 동시대적 관점과 다양한 시각을 상호 연결하였다고 한다.
전시전은 환경과 재난의 관점이 아니라 생명의 본래의 것의 성찰이 담겨 있다. 인간이 만들어낸 것들이 대청호를 가면 이곳저곳에 쓰레기처럼 버려진 것들이 보인다. 편리에 의해서 만들어졌지만 쓸모가 없어지면 자연에 돌려주는 인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공간에 여유가 있어서 작품들을 감상하는데 충분한 개방감을 준다. 삭막해 보이는 콘크리트 벽에 시들어가는 식물이 독특하다. 대청호를 시간만 있으면 가보기 때문에 어떤 모습들이 있는지 머릿속에 담겨 있다. 많이 보려고 했지만 미쳐 발견하지 못하거나 잊고 있던 생명체들도 가끔 눈에 뜨일 때가 있다.
참여작가들의 생각이 하나에 있는듯한 조형물이다. 참여작가들은 공존이라는 동시대 이슈를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근원적 생명과 관계에 대한 공동의 문제를 모색했다고 한다. 각각의 작품들은 우리가 간직하고 잃어버리지 말아야 하는 흔적과 시간이 있다.
지금은 겨울이라서 대청호에서 볼 수 있는 풍경들이 이곳에 펼쳐져 있다.
이 순간이라고 하는 것을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물이 흐르듯이 시간이 흐른다는 말도 한다. 새로운 순간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며 더해지는 순간들이 시간이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흐르게 만들어놓은 작품이다. 때론 흐르기도 하고 때론 멈춰있기도 한다.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감을 보면 된다. 매 호흡마다 매 순간이 생겨나고 우리는 항상 창조의 순간에 놓여 있다.
다양한 녹색의 색감으로 칠해진 천들이다. 어떤 것은 파동처럼 보이고 어떤 것은 그냥 질감이나 점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나간 과거를 슬퍼하지도 않고 미래를 갈망하지도 않으며 오직 현재에 머물면 그 모습이 차분해진다고 한다.
흐르는 물길은 끊임없이 변주하고 순환하며 지나간다. 평범하게 보이는 물을 관찰하다 보면 생의 흐름에 대한 사색을 해볼 수 있다.
우리는 가을의 밝은 달을 보며 감성을 느끼고 봄날의 피는 꽃을 보고 환희를 느끼기도 한다. 뜨겁던 한 여름의 시간도 지나가고 이제 펑펑 내리는 한 겨울의 눈을 내심 기다리기도 한다. 마음속에 무언가를 규정짓지 않았다면 항상 좋은 계절이지 않을까. 지금 당신의 마음속 계절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