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주, 안동소주, 아침햇살의 글씨를 쓴 황석봉
필자가 글씨를 잘 쓴다고 말하고 싶어도 브런치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 가까운 지인들도 있어서 거짓말을 할 수가 없다. 살다가 들었던 이야기 중에 오빠 글씨 참 못쓴다라는 이야기도 포함이 된다. 맞다. 필자는 악필이다. 학교 다닐 때는 어쩔 수 없이 알아보게 쓰려고 노력이라도 했는데 PC로 주로 작업을 하면서 글을 직접 손으로 쓰는 일이 적어졌다. 그러다 보니 손이 퇴화한 모양인지 필자가 쓰고도 알아보기 위해 분석을 해야 될 때도 있다.
낙지라는 전시전의 제목을 보고 들어온 서산 창작예술촌이다. 대체 낙지(먹는 낙지)를 어떻게 예술로 만들었을까라는 호기심이었다. 그런데 들어와서 보니 그 낙지가 아니라 즐겁게 쓴다는 의미의 미술전이었다. 황석봉 기획 상설전이 열리고 있었다. 들어가는데 황석봉(처음 봐서 누군지 모름) 선생이 반갑게 맞아주면서 인사하길래 같이 인사를 했다.
시몽은 2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50여 년을 필물서화와 전각을 현대미술로 재해석하는데 매진해왔다고 한다. 한국은 물론 동아시아 서화 미술계에서 독보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하였다가 2010년 갯마을이 자리한 서산으로 귀향하였다고 한다.
즐거울 낙을 보고 들어와서 그런지 낙지가 살아 있었던 것 같아 보였다. 서산에 내려와 10여 년을 뻘낙지와 친구로 살면서 생태예술의 새로운 경지를 인간과 자연의 공생 차원에서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작품들은 추상적이다. 추상적이라는 것은 중의적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이번의 은 서산의 낙지樂之미술_집展명한 '뻘낙지'와 돌아갈 곳을 뜻하는 '집'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글을 썼다고 해야 하나 그림을 그렸다고 해야 하나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다. 악필이지만 그림같이 그리면 어느 정도는 그릴 수 있다. 황석봉 작가는 붓끝의 출발점을 무한공간의 빈자리와 은밀한 여백이 자신의 창작의 시원이라고 한다. 비울 수 있어야 채울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세상의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게 되며 그 변화와 생명의 원동력이 기라고 생각했던 황석봉 작가의 생각도 있지만 필자는 그 기가 물에 들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이 흐르듯이 기가 흘러 다니면서 모든 것을 변화하게 하는 것이다.
이곳에는 황석봉 작가가 의뢰를 받아서 글씨가 들어간 제품들이 있다. 우리가 자주 보았던 백세주나 안동소주, 맛선생, 아침햇살 등이 황석봉 작가의 작품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술만 마셨지 누가 그 글씨를 썼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전시전을 보고 나오니 글 읽는 풍경처럼 서산의 바다가 펼쳐져 보인다. 흐리지도 않고 맑지도 않지만 풍경은 선명해 보였다.
황석봉 기획 상설전 '낙지樂之미술_집展'전시전을 나오는 길에 황석봉 작가를 만나볼 수 있었다.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리가 무척 불편해 보였지만 행복해 보이셨다. 70대 정도로 되어 보이지만 사람이 투명하고 거짓이 없어 보였다. 사진을 많이 찍었냐고 묻는 질문에 필자가 낙지를 먹는 낙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더니 낙지란 여러 가지 중의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먹는 즐거움 혹은 글을 쓰는 즐거움, 땅지를 쓰면 즐거운 땅이라는 의미가 되지 않겠냐고 말이다. 문득 가장 필요한 즐거움은 무언가 가진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는가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