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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20. 2021

생각 거울

서산 감태가 생산되는 겨울바다

문득 서산의 겨울바다를 걷다가 멈춰 서게 만든 풍경이 있다. 무언가 이상해 보이기도 하고 평온해 보이기도 하고 다른 이야기가 있는 듯 보였다. 무얼까란 생각을 잠시 했는데 다른 바다는 물결이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하늘이 비추어지지 않았는데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시설에 담긴 물은 하늘을 명확히 반영하고 있었다. 마음이 그러하지 않을까. 끊임없이 흔들리면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 고요함이 있어야 생각이 그려지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 홀로 명료한 사람을 보는 것만 같다. 

같은 바다에서 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서산의 바다는 바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바다이면서도 하늘을 담고 있는 풍광이다. 묘하고 색다르고 독특하다. 

배의 모양도 제각각이다. 밀물이 들어와서 바다가 풍요로워 보인다. 하늘에 구름도 가득하지만 푸른 하늘도 잘 보여서 겨울에도 괜찮은 곳이다. 

서산 갯마을은 굴을 따러, 전복을 따러 떠나는 곳으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서산 갯마을에는 짭조름한 바닷바람이 흘러 들어온다. 아낙네들의 오지랖은 마를 날이 없는 곳이라고 한다. 

이곳 지곡 왕산포 서산 갯마을 축제에는 낙지 총각과 조개 처녀가 상징이다. 어선들의 위로 비추어지는 햇살이 마치 누군가 만들어놓은 것만 같다. 

배가 바다 위에 떠 있어서 당겨보았는데 웬만한 힘으로 올 것 같지는 않았다. 그냥 떠내려가지 못하게 한 것이지 배를 잡아당겨서 타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당기면 배가 올 것만 같기는 하다. 무리하지 말자. 줄을 당긴다고 해서 배가 오는 것은 아니다. 썰물이 되어야 배로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한참 감태를 수확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서산은 감태로 유명한 지역인데 바다에서 수확한 감태는 바닷물로 깨끗하게 씻어내야 한다. 감태는 갈조류의 바닷말로 전복의 먹이로 중요하며 깊은 바다에서 난다. 서해안의 연안에 서식하고 있는 갈조식물 다시마목 다시마과의 여러해살이 해조류이다.

무기염류와 비타민이 풍부하고 향미가 독특한 것이 특징이며 후코이단과 플로로탄닌 성분을 함유해 항산화·항암·항염·노화·고혈압 억제 및 불면증 개선, 골다공증 예방, 혈액 순환에 좋다는 감태는 만병통치약 같지만 맛도 좋다. 

하루 종일 감태를 바닷물에 휘휘 저어서 그 속에 있는 각종 잡스러운 것을 씻어내고 있다. 잘 말려진 감태는 다양한 요리와도 어울린다. 국수에 감싸서 먹어도 좋고 달래 간장과 밥을 같이 싸서 먹으면 일반 김에 싸서 먹는 것보다 풍미가 좋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김과 다른 식감과 맛을 가지고 있는 감태를 사용해 김치를 만들어서 먹기도 했다. 

서산의 바닷가에 자리한 갯마을과 같은 곳은 무언가 추억이 서려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에서 갯마을의 이야기가 그려지기도 한다. 능력 있는 도시 여성이 바닷가에 사는 백수 남성을 사랑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전형적인 로맨스 멜로물인 넷플릭스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도 있고 오로지 단편소설에만 몰두한 오영수의 작품 속에서도 등장한다. 갯마을의 시간적 배경은 조선 청년들을 징용과 징병에 강제 동원한 일제 말기이고, 공간적 배경은 H라는 작은 어촌 마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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