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심원마을을 찾아가 본 기억
우리는 왜 소비를 하는 것일까. 어떤 의미로 명품을 사고 좋은 차를 사고 남들이 비싸다는 집에서 살고 싶어 할까. 생명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남들보다 더 여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그것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스스로를 만들지 못한 자존감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그런 것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남들과 다른 모습과 대접을 받고 싶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모습일 것이다. 옷을 안 산 지가 오래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지같이 입고 다니지는 않지만 대부분 가격대가 있는 옷들을 필자의 돈으로 마지막으로 산 것은 6~7년은 된 듯하다. 물론 친한 여자분들이 사주는 것이 있어서 그나마 헐벗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다. 스스로를 채웠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심지어 원더우먼의 1:1 스케일의 방패를 들고나간 적도 있다.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고 바바리 속에 맨몸만 있는 것이 아니라면 뭐가 문제인가.
지금 이때가 가장 많은 여유가 있을 때다. 이제 2022년이 되면 또 바빠지겠지만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인데 이 시간이 너무나 적막하다. 이럴 때 과거의 사진들을 되돌아볼 때가 있다. 공식적인 곳에 글이 올라갈 때는 이런 사적인 생각을 쓰기가 너무 어렵다. 보령에 에너지가 한참 흘러 넘칠 때 보았던 사진을 보았는데 기분이 좋았던 느낌이 난다.
최근 KBS에서 방영된 태종 이방원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살던 집 혹은 기리는 공간을 가본 기억이 새록새록 살아났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옛사람들의 흔적을 찾기 위해 돌아다녔던가. 삶에 정답이 없다는 명확한 사실은 시간이 갈수록 짙어지지만 자연의 치유와 감사하는 마음은 깊어져가고 있다. 사계절이 있기에 더 아름다운 한국의 모습은 그 자체로도 좋다.
개인적으로 대도시의 중심에 살고 있지만 딱 그 정도까지가 좋다. 서울이나 경기도에 주요 도시들은 주차하는 것이 너무나 Dog짜증 난다. 멈춰서 보고 싶어도 그게 너무 어렵다. 넉넉하게 열리고 넉넉하게 펼쳐지는 곳이 마음이 편하다. 대중교통을 잘 이용하지만 서울은 앉기가 너무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서 있기 불편할 정도로 다리의 근력이 부족하지 않지만 왜 그 고생을 하면서 북적거리는 공간에서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도시는 사람의 모습을 닮아가는 것 같지만 보령의 오서산과 같은 자연은 사람의 본질을 보여준다. 사람의 욕망이 어떻게 도시를 만들어가는지 볼 수 있다. 높은 건물, 높은 아파트는 왜 지을까. 남과 다르고 싶다는 사람의 욕망을 닮아간다. 그 속에 사람이 있을까. 청동기시대에 쓸데없이 고인돌을 왜 만들까. 자~ 이 정도 힘을 가졌고 사람도 많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이다. 굳이 그 큰 돌들을 움직여서 피라미드를 왜 만들까. 모든 것이 다른 힘을 가졌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고 과시다.
하늘이 명확하지 않지만 안개가 낄 때는 색이 참 명확해서 좋다. 사람의 심리란 묘하다. 한적한 시골이지만 중앙선이 명확하게 노란색으로 그어져 있다. 이런 곳은 걸어서 건너지 말라는 사회적인 합의다. 그런데 건너기가 쉽다. 마음의 부담감이 없다. 서울을 예로 든다면 상권이 발달한 곳 중에서 펼쳐져 있는 대로변이 거의 없다. 대부분 좁고 좁은 2,3,4차로의 도로가 있는 길들이 일명 핫하다는 상권이다. 상권의 심리적인 저항선은 바로 마음먹은 대로 갈 수 있을까? 에 달려 있다.
가을의 색과 봄의 색은 다르다. 사람은 봄에서 기대하는 색이 있고 가을에서 기대하는 색이 있다.
필자는 이 사진에게서 당시에 느낀 순간적인 감정을 독자들이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과 산, 안개, 하늘의 모습이 모두 하나에 담겨 있다.
이곳은 보령의 심원마을이라는 곳으로 쉼터라고 되어 있는데 어디에서 쉬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보령의 유명한 오석으로 앉을자리를 만들어둔 듯하다.
분홍색의 꽃을 보았는데 마치 팝콘 같은 모습이었다. 이런 분홍색의 팝콘도 참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옥수수를 튀기지 않고 어떤 것을 튀기면 이런 색이 나올까. 분홍색 팝콘은 보는 맛과 먹는 맛이 함께 있지 않을까. 생각의 공간에서 결론난 것은 분홍색 팝콘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