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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09. 2022

볼 것, 먹을 것

서해안 생태계의 보고 천수만

새해가 되면 나이가 의미 있을 정도로 먹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다. 만(滿) 나이를 거론하는 것이다. 만 나이로 치면 30, 40, 50... 이 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자신에게 위안을 삼는 것이다. 만은 일정한 기간의 햇수가 꽉 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가득 찬 후에 다음으로 넘어가겠지만 그 너머로 가기 싫다는 소박한 의지의 표현이다. 다른 만(灣)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이는 바다가 육지로 휙 휘어져서 들어간 곳을 의미하는데 한자의 형태는 복잡하다. 

새해가 시작되면 만(萬)이 붙는 세뱃돈을 연상하는 사람도 있고 내 나이는 아직 만(滿) 나이로 숫자를 바꾸고 싶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여행지이기도 하는 바다의 만(灣)을 보기 위해 떠나는 사람도 있다. 어떤 것을 선택하든지 간에 각자의 몫이다. 

광활한 느낌의 이 바다는 천수만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서해안에 있는 만은 서한만·광량만·해주만·강화만·아산만·남양만·천수만·가로림만·비인만·장구만·곰소만·함평 만등이 있다. 만은 항구 도시의 활용과 운송 수단이 편리하므로 일찍이 해양과 육지의 관문 역할을 해왔다. 

겨울이 되면 석화가 유명하듯이 홍성군의 천수만에서도 굴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먹거리 중에 석화를 빼놓을 수가 없다. 불위에 놓고 구워 먹는 석화가 익었다 싶으면 작은 칼로 굴 껍데기 틈을 벌린 다음 숯 향과 굴 향을 풍기며 탱탱한 굴을 입에 넣어 먹으면 바다의 짭조름한 맛이 어우러진다. 

천수만에는 권역 커뮤니티센터도 만들어져 있다. 천수만 권역 시설로는 천수만 해상낚시체험공원, 천수만 상황 오토캠핑장, 속동갯벌체험관, 천수만 한울마루 커뮤니티센터 등이 운영 중에 있다. 천수만 권역 커뮤니티센터 옆으로 한참 기반공사가 진행 중에 있었다. 

이날 석화가 망에 가득 담겨서 겨울 먹거리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해 트럭에 실리고 있었다. 남해안 굴은 크고 시원하지만 서해안 굴은 작아도 맛이 진하고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에서 굴 소믈리에라는 직업은 없지만 유럽에는 굴 소믈리에에 같은 직업군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처음 굴을 보는 사람이나 맛본 사람들은 대체 이 맛이 무엇인지 처음에는 혼란스럽지만 한 번 맛을 들이면 겨울에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맛이다. 주식시장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몰라도 석유화학을 석화라고 줄여 부르는 단어도 익숙해져가고 있다. 

홍성군에 자리한 천수만을 볼 수 있는 도로를 일주하다 보면 다양한 볼거리를 볼 수 있다.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풍차도 있고 춥지만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들도 있다. 

천수만은 매년 겨울마다 철새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철새들은 추운 시베리아에서 남쪽으로 날아가다가 천수만을 알아보고 내려앉아 쉬어가는 것은 과거 개그프로에서 나왔던 것처럼 잠시 천수만에 쉬었다 갈게요. 느낌 아니까. 

만을 휘어 감아 도는 것 같은 느낌의 곡선의 끝에 빨간색의 등대가 자리하고 있다. 홍성군의 천수만에는 바다로 튀어나와 있는 도로의 끝에는 어김없이 등대가 설치가 되어 있다. 2022년을 이끌어줄 등대의 메시지는 어떤 것인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만'은 각자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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