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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22. 2022

화정 아이파크

그들에게는 품질관리란 없었다. 

화정 아이파크 사고를 보면서 기본도 없이 건설회사를 하는 건지 아니면 돈에 의해 모든 것이 무시되는 것인지 궁금했다. 문제는 아직도 구시대적인 사고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돈이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는 사람들의 생각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이 사고의 가장 큰 책임은 HDC현산에 있지만 다른 사람들도 무관하지 않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고민하지 않는다면 이런 사고는 또 나올 것이다.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자격증을 취득했던 수험서가 책장에 남아 있는데 오래간만에 토목기사 2차 시험 수험서를 펼쳐보았다. 기억도 안나는 과거에 공부했던 것이지만 머리가 기억하고 있었다. 

모든 공사에서 품질 관리는 설계서나 시방서 등에 따른 시공 목적물을 소요 강도, 내구성, 경제성에 맞도록 모든 공정 중에 품질에 대하여 기술적인 지식을 응용하고 관리하는 데 있다. 화정 아이파크 사고는 소요 강도, 내구성은 무시한 채 경제성만 고려한 것에서 나온 것이다. 기본적인 품질 관리만 되더라도 결함이나 공사에 대한 신뢰성과 강도, 작업 중에 생기는 새로운 문제점을 발견하고 조치할 수가 있다. 현산은 품질관리라고 쓰고 경제관리라고 읽는 모양이다. 

지금도 저 수치를 다 외웠다고 생각하니 재미있다. 토목공사나 건축공사 등은 품질 관리와 공정표를 작성하는 방법은 비슷하다. 반면 조경이나 실내건축은 구조적인 결함에서는 조금 더 자유로운 편이다. 왜 한국은 내력벽 구조로 아파트를 지을까. 기둥식 구조는 비용과 경제적인 면에서는 떨어지지만 재건축을 하지 않고 아파트를 새것처럼 바꿀 수 있다. 반면 한국 대다수의 아파트는 내력벽 구조로 지어져서 일정기간이 지나면 재건축을 하지 않으면 고쳐쓰기가 힘들다. 기둥식 구조는 용적률에서 내력벽 구조보다 떨어지며 공사기간도 조금 더 길다. 20층을 지을 수 있는 것을 18층만 짓게 되는 것을 좋아하는 건설사는 없을 것이다. 건설교통부나 법에서 강제하는 방법뿐이 없다. 

콘크리트는 가장 저렴하면서도 가장 단단한 건설재료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양생기간이 필수다. 보통 콘크리트의 압축 강도와 품질 특성은 원통 시료를 통해 하는데 28일 기준으로 관리도를 작성하게 된다. 제대로 된 강도가 28일 이후에 나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도 이때는 알아보게 숫자를 썼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28일은 고사하고 현산의 콘크리트 타설 일정을 보면 대박이다. 한겨울에 그렇게 부으면 굳을래야 굳을 수가 없다. 

공정 관리는 모든 건설 공사가 비슷한 프로세스로 진행이 된다. 각기 특성이 잇고 작업 형태가 다르지만 공정 관리는 공통적으로 적용이 된다. 제대로 된 기술자가 관리감독을 하였다면 그런 일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이번 화정에 지어지는 아파트는 기둥식도 아니고 내력벽도 아닌 독특한 무량판 구조로 지어졌다. 새로운 시공방식이라고 하는데 공간 확보를 더 하기 위해서 좀 어설픈 기둥을 두고 거리를 두는 방식이다. 기둥의 양생에 시간이 많이 들어가야 강도가 담보될 수 있다. 

토목이나 건축은 대부분 이런 공정 네트워크를 기본으로 한다. 작업명이 있고 작업 일수와 비용을 계산하는 것이다. 표준과 특급 상태로 구분이 되는데 작업 일수를 줄이는 만큼 보강되어야 되는 것이 있고 보강이 없으면 작업 일수를 줄일 수 없다. 표준 공정으로 하면서 특급 상태로 작업을 하면 설계강도는 현저하게 떨어진다. 기술이 경영에 예속되게  되면 결국 똑같은 사고는 또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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