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진정성

두보의 시를 만 번 읽은 이안눌의 신도비

우리가 시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것의 사실성에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에는 거짓이 있을 수 있지만 노래에는 거짓이 없다는 말이 있다. 집에도 두보의 시가 담긴 두보 평전이라는 베고자기에 두터운 책이 있다. 그런 두보의 시를 만 번이나 읽고 시를 지었던 사람이 있는데 시작에 주력하에 문집에 방대한 시를 남긴 이안눌이라는 사람의 신도비가 당진의 사락골 마을이라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시야가 확 트인 곳에 이안눌의 신도비를 보기 위해 논둑을 따라 걸어가 본다. 이안눌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18세에 진사시에 수석 합격하였으나 동료들의 모함을 받고 과거를 볼 생각을 하지 않고 10여 년을 시골에 머물렀다. 29세가 되던 해에 과거로 나아가 문과에 급제한 후 벼슬길에 오르게 된다.

이곳은 볏짚을 아직 정리하지 않았는지 논바닥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아직 물대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논이라서 논으로 걸어가는 것이 어렵지가 않다. 이제 물대기를 시작하면 질컹해질 수가 있다. 이안눌은 예조와 이조의 정랑, 단천 군수, 홍주목사, 동래부사, 담양부사, 예조참판, 강도유수, 함경도 관찰사 등 전국의 수많은 지역의 관직을 두루 거쳤다.

이안눌에 신도비에는 그의 행적이 기록이 되어 있다. 이안눌은 특히 시를 많이 사랑했는데 그의 문집에 실린 시는 자신이 옮겨 다닌 고장을 중심으로 묶었다고 한다. 때로는 불편함은 정신을 깨어있게 한다고 한다.

이안눌 신도비에서 조금 더 아래쪽으로 내려오면 사락골 마을이라는 곳이 나온다. 이곳에는 2020년에 마무리가 된 자연정화 생태습지가 자리하고 있다. 수련, 백련, 억새가 심어져 있는데 자연마을에서 발생하는 생활오수나 비점오염원을 수생태계 상호작용을 통해 자연정화하는 기능도 하고 있는 곳이다.

사락골마을은 사관리에 자리하고 있는데 조성된 사관리 다목적회관과 사관리 마을회관도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평생학습마을을 지향하고 있다. 되돌아오지 않는 과거는 없는데 이것은 천지의 법칙이라고 한다. 물이 흘러서 바다로 나갔다가 언제 그 물이 다시 이곳으로 올까.

삶의 진정성은 글에 있고 시에 있다. 시를 지을 때에 하나의 글자도 가볍게 쓰지 않았다는 이안눌은 그의 삶을 시로 기록하면서 다시 되돌아보면서 스스로를 살펴보았다.


집에 보낼 편지에 괴로움 말하려 해도 (欲作家書說苦辛)

흰머리 어버이 근심하실까 저어하여 (恐敎愁殺白頭親)

그늘진 산, 쌓인 눈 깊이가 천장인데 (陰山積雪深川丈)

올해 겨울은 봄처럼 따뜻하다 말하네. (却報今冬暖似春)


집에 보낼 편지에 괴로움 말하려 해도

이안눌(李安訥)

분수대에서 물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 작은 정원이지만 정원 같은 느낌이 충분하다. 어떤 것이 변화할 때 사회가 변화할까. 미래는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오는 것이라고 한다. 변화와 미래가 외부로 온다는 것은 착각에 불과하다. 과거를 차근차근 쌓아놓고 보면 결국 미래는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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