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같은 풍경

서산에 자리한 수목원과 다솔 카페

우주 시대를 열고 가상공간이 또 하나의 삶이 되어가는 기술이 기반이 되어가는 시대에 우리는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에 있으며 바뀐 적이 없다. 공간이 만든 공간을 찾기 위해 서산의 한 수목원을 찾아가 보았다. 이곳은 서해안 청소년수련원이 자리한 곳이다. 코로나19에 운영이 되고 있지는 않지만 코로나19가 사람들의 삶과 같이 하게 될 때 운영될 예정이다.

카페를 가기 위해 왔다가 문득 위를 보니 철교 같은 것이 놓여 있는 것이 보인다. 이곳을 여유 있게 살펴보기 위해서는 왼쪽으로 올라가서 다리를 건너서 수목원을 지나 카페까지 가는 길이다.

소나무도 많이 심어져 있는 곳이지만 이곳에는 메타쉐콰이어뿐만이 아니라 살구나무도 있다. 옛날의 삶은 풀과 나무, 흙으로 만들어진 삶터에 마을마다 화사하게 핀 살구꽃은 우리 민족에게 잊지 못할 풍경이며, 많은 영향을 주었던 나무 중의 하나였다. 흔히 은행으로 알고 있는 나무의 행은 살구나무행이다. 살구나무 씨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은색이기에 은행나무라고 불렀다.

공자가 제자를 가르칠 때 살구나무 아래에서 가르쳤는데 그래서 행단이라 부른다. 계절이 아직 겨울이어서 소나무들이 눈에 잘 뜨이지만 살구나무는 주민 생활에 필요한 재화를 생산하기에 적합한 나무였는데 사람에게도 좋고 배우기도 좋았던 마을의 중요한 자원이었다.

주변에 심어져 있는 나무들을 바라보면서 안쪽으로 들어오니 조금은 현대식처럼 보이지만 분위기가 연말 같은 느낌의 카페가 등장한다.

분위기가 있는 카페다. 사람들은 많이 보이지 않았지만 내리기 시작한 비가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살구나무 자라는 집에 살구빛 미인이 난다라는 말이 있듯이 살구가 피부에 좋다고 한다. 살구를 먹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조용하게 조명이 설치된 곳의 위를 돌아다녀본다. 문화는 그렇게 바뀌어가지만 자연은 그냥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카페 안으로 들어와서 음료를 하나 주문하였다. 요즘에는 음료 한 잔의 가격도 식사 한 끼와 같다. 과일 진액으로 만든 시원한 음료를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딱 좋다.

이곳의 빵은 조금 더 먹음직스럽게 만들었다. 굽는 과정을 조금 더 신경 써서 했으리라. 갈색의 빵이 반질반질하게 먹고 싶다는 느낌을 준다. 빵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장발장이다. 프랑스의 1796년 빵값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가격이 올랐었다. 현금은 휴지가 되었고 빵 한 조각의 가격은 몇 년 만에 수백 배에 이르렀다.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불과 빵 한 조각이지만 상당히 비싼 음식을 훔친 셈이다.

음료를 주문하고 벽에 걸려 있는 유화를 바라보았다. 전체적으로 가볍게 터치를 해서 그린 작품이다.

음료를 가지고 건너편 실내의 공간으로 들어와 보았다. 지금은 예전처럼 할 수는 없겠지만 소모임을 하기에 딱 좋을 정도의 공간이다.

이곳 수목원을 돌아다니다 보면 나무를 태우는 냄새가 나는 것을 보아서 아까 보았던 실내뿐만이 아니라 곳곳에 추위를 잠시 잊어볼 수 있는 난로의 연료로 사용하는 모양이다. 생각 외로 추운 날이어서 온기가 그리워지는 날이었다. 맛있는 빵 하나를 먹기에 부담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장발장에서 보듯이 자신의 영혼 안에 있는 어두움을 몰아내 주는 사랑의 강렬할 빛 같은 따뜻함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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