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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24. 2016

트릭

사람들의 관심은 마약이다. 

일반인보다는 방송에 더 근접한 일을 하는지라 흔히 말하는 악마의 편집이나 방송 조작 같은 것에 대해서는 조금 더 아는 편이다. 악마의 편집이 필요한 분야는 시사 쪽에 가깝다. 그리고 악마의 편집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편집으로 그다지 재미없는 것도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예능 쪽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은데 매력적 인척.. 보인다. 편집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시청률 때문이다. 방송사에서 시청률이란 돈이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야 CF단가가 올라가고 단가가 올라가야 방송사는 돈을 벌 수 있다. 


한 때 불량식품 방송으로 인기를 끌었던 종편의 모 아나운서가 한 방에 가버린 것처럼 트릭 속의 주인공 석진 역시 불량 식품 고발로 주목을 받았지만 오보로 판명되면서 한 방에 훅 가버린다. 제조사의 무죄가 밝혀졌지만 대표가 자살하면서 석진을 PD 자리를 빼앗긴다. 몇 년 후 교양국 PD로 복직한 석진에게 새로이 부임한 낙하산 사장은 은밀한 제안을 하게 된다. 제안 내용은 시한부 판정을 받은 사람을 촬영해서 시청률을 올리라는 것이다. 


모든 생물에는 죽을 때를 기록한 DNA가 있다. 인간 역시 생물이기에 언젠가는 죽는다. 그런데 언제 죽는지를 어느 정도 명확하게 아는 사람은 병원에서 시한부 판정을 사는 사람들뿐이다. 사람의 죽음도 방송에서는 돈이 되는 세상이다. 죽음을 앞둔 남자와 그 남자를 옆에서 지키는 여자의 신파 스토리는 너무 뻔하지만 먹히는 것이 사실이다. 자신들은 그렇게 극적인 삶을 살지 못하지만 누군가는 그런 삶을 살기를 원하는 이중성 때문이다. 이들의 병상 일기로 인해 시청률이 올라가자 석진은 더욱 위험한 선택을 강요하게 된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리얼리티는 방송사들이 자주 써먹는 방법이다. 휴먼 다큐멘터리는 단골 소재이면서 꾸준하게 시청률을 유지해주는 그런 장르다. 

방송의 인기에 따라 PD인 석진을 비롯하여 주변 사람들은 조금씩 변해간다.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익에 의해 변해가는데 아픈 남편을 위한다는 영애는 점점 카메라를 의식하면서 연기를 하고 남편 도준만 희생자처럼 그려진다. 방송의 정점은 누군가의 죽음과 연결이 되어 있다. 사람의 죽음만큼이나 극적인 것은 드물기 때문이다. 사람이 죽어가는 과정을 공식적으로 그리는 것만큼이나 방송사에 매력적인 것은 드물다. 

돈 때문에 양심을 팔아? 그럴 수가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돈 때문에 충분히 양심을 팔고 살아간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석진의 욕심에 희생되는 것은 병자인 도준뿐만이 아니라 석진과 함께 일하는 스텝들도 포함이 된다. 어떤 사람들에게 전혀 필요가 없는 보험을 팔면서 좋은 상품인 것처럼 포장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비단 언론이나 방송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각종 SNS에서 자극적인 영상과 글,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의 목적은 결국 돈이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광고가 올라간다. 광고의 단가는 트래픽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관심은 어떻게 보면 마약과도 같다. 처음에는 조금의 관심만 보여도 만족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관심을 원하게 된다. 


트릭은 끝의 반전이 오히려 조금의 독이 된 것 같다. 이런 반전을 기대하기보다는 그냥.. 현실이 이렇다 하고 끝내면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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