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등불, 물

SILOLAB 풍화 Breezing Ember

갑자기 시간이 멈춘듯한 느낌의 공간이 있다. 단 하나의 작품처럼 보이기도 하고 마치 현실적이지 않은 공간으로 들어간 것처럼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가변설치가 된 키네틱 아트로 풍화라는 이름의 공간이 연산 문화창고에 만들어져 있었다. 불은 바람을 타고 커진다. 불과 바람, 그리고 물은 균형을 이루는 존재들이다. 모든 존재들은 불완전한 가운데 균형을 이루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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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창고에 불과했지만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공간의 가치와 의미는 달라진다. 검은색의 커튼처럼 보이는 입구를 지나가면 바람과 등불, 물이 있는 공간을 만나볼 수 있다. 참 특이한 감각을 선사해주는 곳이다. 오래된 것을 규졍하는 것은 고정관념일 뿐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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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개의 연등과 아래로는 물 위로 걸어갈 수 있는 돌다리와 반사되듯이 물에 비친 등불의 모습이 색다르게 보인다. 직접 돌다리 위에 올라가 본다. 오감이 이상하게 균형을 이루면서도 다른 감각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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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얕은 물이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지만 직접 올라가서 보면 바닥이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깊은 심연은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잠시 등불이 비추어진 내면의 심연을 바라본다. 그 깊이를 알 수가 없다. 얼마나 깊은지도 모르겠고 무엇이 담겨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검은색 같아 보이기도 하면서 흐린 불빛이 보이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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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항상 선택되고 그 결과로 크고 작은 영향을 받게 된다. 미세한 빛과 흔들림을 느낄 수 있는 사유는 어떤 사람에게 필요할까. 오로지 혼자만의 공간에서 그 심연이 느껴졌다. 자신도 모르는 이 순간은 홀로 고요하게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다. 진부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은 ‘썩은 고기[腐]’를 남들이 보라고 ‘전시하는[陳]’ 어리석은 사람이다. 고기를 보기 힘들었던 시기에 자신이 가진 고기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자랑을 했던 사람은 그 고기가 썩어가는 냄새를 맡지 못했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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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영혼에도 색이 있다면 그 색을 감싸는 철조망도 있을 것이다. 철조망에 갇혀서 새로운 기쁨을 만나지 못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절망적이다. 우리는 어떤 것을 자신에게 이로움이라던가 진리로 받아들이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얕은고 탐욕적인 자극들 중에 자신에게만 달콤한 유혹을 건네는 손길을 따라갈 것인가. 과연 나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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