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 문예회관 김호연재 특별전시전, 찾을 수
글, 시, 그림, 사랑에는 공통점은 없었던 것을 그리고 만들어낸다는 데에 있다. 쓰지 않으면 흐르지 않으면, 그리지 않으면 특별한 존재가 없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재미가 없다. 일을 하는 시간이나 비중은 사실 그렇게 크지는 않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든지 많다. 초가을밤은 유독 짧다. 짦아서 더 가치가 있으며 더 애틋하다. 김호연재가 쓴 시중 '법천을 찾아서'가 있는데 그중에 이런 글이 있다.
'인생의 모이고 흩어짐이 본디 아득한 것이니, 이 밤 좋은 만남이 작은 인연을 아닐러라. 흉금 열어 웃고 말하매 화기 흐드려졌으니, 다만 초가을 밤 길지 않음을 한하노라.'
김호연재는 안동 김 씨 명문가에서 자라나서 동춘당 송준길의 증손자 송요화에게 시집을 가게 되었다. 그녀가 머물던 소대헌이란 큰 테두리만 보고 작은 마디에 매달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송요화가 쓰던 큰 사랑채이며, 오숙재는 깨고 자면서 공부하는 집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작품들이 그녀의 생각을 공유하며 10명의 작가들이 작품전을 열었다고 한다. 계족산에서 흘러내려 현재의 대덕구 법동 일대에 흘렀던 천히 법천이라고 한다.
김호연재는 법동에 흘러내린 법천을 보면서 바람과 달, 구름, 안개를 벗 삼아 노래하며 불과 스물세 해를 살다가 떠났다. 필자는 글, 시, 그림, 사랑이 그런 것이 아닌가란 생각을 해본다.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바람과 같은 글, 뽀얀 달과 같은 시, 구름 같은 그림, 안갯속의 사랑처럼 다가온다.
허난설헌같이 시대를 타고나지 못했던 여성 문학가였던 김호연재는 불운한 삶만을 단순히 그리지 않고 그윽한 은거의 삶을 보내며 술과 달을 벗 삼아 살았다고 한다. 돌아오는 계절을 보내며 아끼는 형제들과의 그날을 생각했었다.
이곳에 걸린 작품들은 현대적이면서도 예스럽다. 표현이 현대적인 것이지 생각하는 관점은 예스럽게 만들어준다. 그녀는 당시에는 반기지 않았지만 내적 자아를 담아낸 244편의 시를 썼다. 그녀의 시에는 자유로움을 희망하는 것과 고독, 아픔, 좌절 등이 느껴진다.
1 전시실과 2 전시실로 나뉘어 있는데 2 전시실로 오니 낮에 나 온달이 보인다. 우리의 인생에 과연 주어진 삶이 있을까. 그렇지만 그걸 역행하여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살았던 사람이 있다. 낮에는 태양이 떠야 하건만 달이 떠서 외로운 그녀를 달래주었다.
남자가 잠을 자고 있다. 그는 그러다가 꿈에서 김호연재를 만났던 것이다. 해맑은 소녀의 모습의 그녀는 한시를 쓰지만 쓸쓸함이 묻어있고 인생살이 고단하고 누군가를 만날 수 없었지만 그렇기에 자신의 삶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법천은 지금은 없어졌다. 옛날에 대전에 이사 왔을 때는 법천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지금은 흐름이 모두 바뀌고 없어져버렸다. 계족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어디로 가는지 알기 위해서는 조금 더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모든 그림은 흰 백지에서 시작한다. 흰 백지에서 시작하여 다채로운 색깔로 만들어진다. 그림 속의 김호연재는 창백한 느낌인데 그녀의 머리에 백합이 있고 늘어진 머리는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그녀처럼 보인다.
사회가 정해놓은 규칙이나 규범에서 벗어나 산다는 것은 가시밭길과 고독함을 친구로 하고 걷는 것이다. 만발한 꽃, 김호연재의 모습, 그녀의 어두움, 동춘당, 옥류각, 법천, 시, 삶 등 그녀를 말하려면 많은 것이 연상이 된다. 김호연재는 살아 있을 때 오로지 믿을 것은 자신이었기에 호연을 품고 호연을 지켜내며 자신의 감정을 어둠이 내려온 이후에 쓰고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