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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10. 2022

로보캅

사람은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대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의 키는 서울 부동산과 20대 남자 표심이었다. 실제 2030 세대의 남자들이나 심지어 40대들도 여성에 대한 박탈감에 분노하는 것을 적지 않게 보았다. 사회가 변했는데 남자에 대한 부담은 그대로인 채 여자에 대한 차별에 가까울 정도의 배려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을 더 이상 감내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힘들고 돈은 얼마 받지 못하고 더러운 일에 대해서는 여성할당이라는 말이 없다. 산업재해로 죽어가는 근로자의 대다수가 남자다. 대신 안전하고 급여도 괜찮은 직장에 대해서만 쿼터제를 요구하는 데다 시대가 바뀌어서 좋은 직장 자체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결국 먹고사는 문제로 귀결이 된다. 시대가 바뀌어가고 있고 다음 세대는 로봇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될지도 모른다. 사람은 과연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할까. 1987년에 개봉했던 로보캅이 과거에 얻었던 인기는 대단했기 때문일까? 로봇을 흔하게 볼 수 있는 시대는 영화로도 미리 만나볼 수 있다. 2014년에 개봉했던 로보캅은 날지 못하는 아이언맨에 가까운 비주얼을 가지고 있다. 세련된 것이나 조립되는 과정도 아이언맨을 연상시키는 장면도 적지 않았고 슈트를 입고 동작하는 것도 매우 자연스러운 편이었다.  

리메이크된 로보캅은 전작의 재미를 충분히 보상할 정도로 제대로 만들어진 느낌이다. 어릴 때 보았던 그 어리숙한 로보캅과 총질이 주는 매력도 있었지만 2014년에 검은색 슈트로 돌아온 로봇과 인간의 조화의 자연스러움과 현실적인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스토리도 괜찮은 편이다. 좋은 아빠이자 실력 있는 경찰로 평범하게 살아가던 ‘알렉스 머피’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온 몸에 치명적 부상을 입는다. 거대기업 OCP는 다국적 기업으로 미 국방부에 군과 관련된 장비를 공급한다. 근미래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지역에 사람 대신 로봇을 보내는 셈이다. 지금 보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구시대의 마지막 전쟁이었다고 말할 때가 곧 올 것이다. 지구의 자원은 한정적인데 3억 3천만명에 불과한 미국인들이 25%를 소모한다. 그들은 우크라이나사태에 책임이 없을까?

OCP의 CEO 레이몬드 셀라스는 더 큰돈을 벌기 위해 미국 내의 여론을 바꾸기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라도 미국 내 시장만 오픈할 수 있다면 돈 벌기는 땅 짚고 헤엄치 기이다. 여론은 이성적이고 대중의 지성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광기에 휩싸이기도 한다. 코로나19는 광기와 이성의 중간지점에서 머물러 있었다. 거대한 흐름은 언제나 쉽게 바뀌기도 한다. 이전 알렉스 머피보다 부인과의 사랑이 애틋했던 이들 둘은 비록 육체는 일부만 살아있을지라도 정신적으로 사랑하는 사이로 그려지고 있다. 

세련되며 멋있고 강력하게 컴백한 로보캅은 이전의 느릿느릿하던 그런 모습은 완전히 지워버렸다. 슈트를 착용하였지만 아이언맨큼 빠른 반응과 실시간으로 서버와 접속해 DB를 분석하면서 CCTV를 자유자재로 분석해낸다. 마치 슈퍼컴퓨터와 실시간으로 연결된 아이언맨과도 비슷해 보인다. 통쾌한 액션뿐만이 아니라 적당히 사용된 특수효과로 인해 영화를 보는 깨알 같은 재미가 넘쳐난다. 마치 터미네이터의 초기 모델 같은 EM-208이나 킬링 머신과 디자인이 흡사한 ED-209와의 전투도 어디선가 본 듯한 데자뷔를 그려낸다. 

인간성이 있었지만 철저한 기계였던 알렉스 머피는 도파민 수치가 2% 내에서 머 물정도로 이성적이었지만 점차로 인간성을 회복해가기 시작한다. 인간의 뇌세포와 신경세포 역시 전기적으로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판단한다고 하지만 어찌 보면 디지털 신호인 0과 1로 모두 치환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 로보캅 역시 자신의 생각에는 자신의 슈트를 제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게끔 만든다는 오싹한 현실에 인간성마저 없어지는 느낌이다.  


로봇은 인간보다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는 있겠지만 합리적으로 판단하지는 못한다. 앞에 닥친 환경에서 빠른 결정을 내릴 수는 있겠지만 그로 인해 다가오는 후폭풍 혹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하기 시작하면 결국 단순한 사회 서비스의 한 축은 로봇이 담당하게 될 것이다. 불평불만이 없기 때문이지만 그것이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탐욕적인 대기업의 수요 창출로 인한 비윤리적인 해결책이라면 그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지만 먹고사는 문제가 궁해지면 사람은 생각의 폭이 좁아지고 그 방향성 또한 예측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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