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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11. 2022

아고라

종교가 죽음으로 몰아간 여성 천문학자 히파티아

사회가 불공평하고 진실이 가려지면 가려질수록 종교의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로마제국을 지탱하고 있었던 노예제도는 기독교를 확산하는 데 있어서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로마에서는 공화정 후기에는 대규모 노예제에 의해 운영되었는데 BC 1세기에 이탈리아 총인구 400만 가운데 40%가 노예 일정도로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제도는 결국 빈부의 차를 확대시키고 그들의 반란을 이끌게 된다. 


아고라라는 영화는 기독교가 퍼져나가던 시기를 그리고 있다. 폭력적인 종교 역사의 현장에서 기독교와 다른 종교 간에 신의 이름을 들먹이면서 내편이 아니면 죽음을 선물해준다. 과연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면 인간사에 세세한 신경을 써줄까? 지구라는 큰 생물학적인 기반 아래 인간은 그저 하나의 생물에 불과 뿐이다. 그러나 인간들은 자신들이 선택받은 생명이라고 생각하고 온갖 질병과 불행에 신에게 기도를 하며 해결되리라 믿는다. 

종교와 종교가 부딪친 대표적인 전쟁으로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는 이유로 일으킨 십자군 전쟁은 그들만의 전쟁이었다. 살인과 각종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전쟁에 참전만 하면 모든 죄는 사해준다는 면죄부도 마구마구 뿌려진다. 지금은 다른가? 글쎄 대통령 사면권도 과거 면죄부와 형태만 다를 뿐이지 목적이 있다면 수단은 정당화된다는 측면에서는 같다. 그들만의 전쟁은 아고라에서도 벌어진다. 지적인 스승 히파티아를 향한 사랑과 야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오레스테스(오스카 아이삭)는 결국 권력을 선택하고, 신의 이름으로 수많은 사람을 전쟁으로 몰아넣는 주교 시릴은 자신의 길을 방해하는 히파티아를 처단하기 위해 온갖 음모를 준비한다   

로마시대의 노예와 기독교의 신자와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 큰 차이가 있었다. 스스로 그리스도의 신자가 된 기독교도들과 그들이 원하지 않았어도 노예가 된 로마의 노예들은 자유의지가 달랐던 것이다. 그렇기에 기독교의 빠른 확산은 불을 보듯이 뻔했다. 과거부터 종교는 빈곤과 차별을 먹고 자라났다. 대중이 광기에 휩싸이는 것은 순식간이다. 평화적이긴 했지만 우린 2002년 한일월드컵 때 그런 영향을 충분히 느껴본 경험이 있다. 영화 아고라에서의 기독교도들이 가장 폭력적이다. 다른 종교는 절대 인정하지 않고 그들만의 종교만 유일하고 다양한 가능성 따위는 인정하지 않는다. 흑과 백을 확실히 구분하는 것은 정치에서 꼭 필요한 측면이 있다. 자신의 세력을 집결시키는데 상대방에 대한 혐오와 증오만 한 것이 없다.  

알고 싶어 하는 것이 많았던 천문학자 히파티아는 종교의 전쟁과는 상관없이 진리를 위해 살아갔던 사람이다. 대중의 광기의 파도가 자신에게 어떻게 닥쳐올지 모른 체 말이다. 대부분의 종교는 선한 목적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완전하지 않은 존재 인간에 의해 뒤틀리기 시작한다. 신의 이름으로라는 모토 아래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어떤 누구라도 제거할 준비가 되어 있던 주교는 근본적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는 히파티아를 눈에 가시처럼 생각한다. 

대중의 힘을 가졌기에 주교의 말은 법이 된다. 히파티아를 아껴주던 오레스테스조차 그녀를 지켜줄 수가 없다. 이룰 수 없는 운명 앞에 신을 택했던 다보스만이 가장 자비로운 방법으로 그녀를 보내준 것으로 나왔지만 실제로 그녀는 마차에서 끌어내려 무자비한 폭행과 함께 그녀의 알몸이 갈가리 찢긴 뒤 불태워 죽였다고 한다. 실제로 영화의 주인공 히파티아는 고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관장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뒤 철학, 예술, 문학, 자연 과학 등의 교육을 받은 후 고대의 철학자이며 최초의 수학자로 자리 잡았다. 여성 수학자로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그녀는 그리스도 교도들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되었다. 


히파티아가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을 당한 뒤 현대 도서관의 모습을 그대로 닮은 알렉산드리아의 어마어마했던 양의 장서들은 사라지고 수학/천문학적인 발전은 주춤거렸다. 그리스 고유의 문화와 오리엔트 문화가 융합되어 문화를 꽃피운 헬레니즘은 몰락했으며 중세의 암흑 시기가 도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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