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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12. 2022

카트

본격적인 대립의 시대에 출구는 있을까. 

먼 과거도 아니었다. 10여 년 전에 대형마트나 편의점과 같은 소매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자리는 대체될 것이라고 주변 지인들에게 말했었다. 주변 지인 중에 그쪽에서 일하는 사람은 없지만 기술의 발전은 그 변화를 가속시키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대형마트를 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계산을 도와주는 사람의 수는 확연히 줄었다. 혼자서도 잘하는 소비자들이 알아서 계산하고 있다. 이 변화는 8년 전에 개봉했던 영화 카트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그때만 하더라도 정규직 vs 비정규직의 문제처럼 비추어졌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없어지는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한국은 1997년에 IMF가 터진 이후에 노동의 유연화를 목적으로 비정규직이 급속하게 확대되었다. 박정희 정권 때 차입경영으로 급속하게 압축성장을 해오던 대기업의 외국자본이 문제가 된 것이다. 끝없이 성장할 줄 알았던 기업의 미래에 어느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대학을 나오면 대부분 취업이 되었고 자신이 스스로 그만두지 않는 이상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다. 기업들은 수익이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걸며 차입경영을 해왔고 그 결과 파산하기도 하고 구조조정 과정을 거쳤다. 

1997년 이후로 이제 기업은 완전고용이라는 것을 잊기 시작했다. 과도하게 높아진 임금과 후생을 감당하기에는 전 세계 시장이 만만하지 않았던 것이다. 대신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두 가지 생각해냈다. 저임금으로 비정규직과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다. 이후 과도하게 높아진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국민들은 대형마트의 등장에 환호하였다. 문제는 대형마트들이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면서 이득을 내기 위해서는 인건비를 최소화해야 된다는 사실이다. 그 대형마트조차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생존을 걱정해야 될 때가 되었다. 


문정부의 가장 큰 착오는 촛불 정부를 지향했지만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한 것이 하나도 없이 부동산 문제만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여성 및 소수자를 대변한다고 하면서 내놓은 정책은 반대편에 있는 2030 남성의 자리를 위태롭게 만들었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놓고 본질은 외면한 채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같이 일부 직군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마치 행운스러운 대책을 내놓으면서 반대편에서 괜찮은 직장을 찾고 싶어 하는 구직자의 박탈감만 느끼게 만들었다. 소득주도 성장을 하겠다고 하며 최저임금을 올렸지만 반대편에 있는 자영업자의 사정은 외면했다. 일자리를 만든다면서 내놓은 일자리 대책은 20대, 60대 이상에 겨우 먹고살만한 단기직 일자리를 제공하며 30, 40, 50세대들의 문제는 외면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명저 총 균 쇠를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도둑정치는 다음의 네 가지 해결책을 사용하여 국민을 현혹한다. 


첫째, 대중을 무장 해제하고 엘리트 계급을 무장시킨다.

둘째, 거둬들인 공물(세금)을 대중이 좋아하는 일에 많이 사용하여 재분배함으로써 대중을 기쁘게 한다.

셋째, 무력을 독점하여 공공질서를 유지하고 폭력을 억제함으로써 대중의 행복을 도모한다.

넷째, 도둑 정치가가 대중의 지지를 얻는 마지막 방법은 도둑 정치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나 종교를 구성하는 것이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모두가 자신이 하는 행동을 선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대형마트의 대표 혹은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은 분명히 이런 형태의 고용형태가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갑을관계처럼 보이지만 누가 더 힘을 가지고 있느냐의 차이이다. 을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회사를 위해 연장근무도 마다하지 않고 일했고 최선을 다했다는 것은 근로자의 입장이다. 자신의 입장이 이러니 갑 역시 자신이 바라보는 관점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가치관에 심각하게 관여하는 것이다. 


카트 영화의 감독도 자신의 이득을 위해 대형마트는 갑 그리고 대다수의 서민을 을의 위치에 놓은 채 흑백논리로 관객의 마음을 훔쳤다. 마치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들춰낸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해결된 것은 없고 앞으로도 해결하기 힘들 것이다. 자신이 불합리한 위치에 왔을 때만 관심을 보이고 행동에 나서는 사람들이 서민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가장 중요한 먹고사는 문제에 직면한 국민들이 선택한 2022년의 결과가 어떠했는지 보지 않았는가. 그런데 지금도 민주당은 문제의 본질이 뭔지 모른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상적인 생각이다. 사람의 가치를 매길 수 없다고 하지만 세상을 가치를 매긴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것은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불행한 삶이라는 공식을 어떻게 봐야 할까. 물론 사회가 구조적으로 선순환되는 사회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출이 국가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기업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고용이 유연화되어야 된다면 그냥 그걸 받아들이고 국가가 사회적인 안전망을 잘 만들어놓을 수 있어야 한다. 고용주라면 언제든지 대체할 수 있는 비 숙련된 노동자를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리스크에 노출되면 최소한으로 고용할 것이고 중간업체에 돈을 주더라도 위험의 외주화는 더 가속화시킬 것이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국가가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줄 수 없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다. 국가가 할 수 있는 것은 일자리 생태계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눈앞에 일자리 수에 집착해서 똑같이 반복되면 여전히 일자리 생태계는 머물러 있을 것이다. 단순직 일자리가 더 이상 대안이 아니라면 국가는 쓸만한 사람으로 키우기 위한 평생교육 시스템으로 전환해서 기업이 필요로 하게 만들어야 한다. 어쨌든 본격적인 대립과 갈등의 시대에 직면했다. 문제는 해결할 수 있는 인재가 그곳에 있는지 의문이다. 5년 단임제에서 내놓는 정책은 3년 정도가 유효하고 2년은 다음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에너지 소비로 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윤정부의 터닝포인트인 2024년은 중요한 전환기이며 2030년까지의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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