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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15. 2022

리포맨

미래사회는 생명경시의 껍질이 더 두꺼워진다. 

우리는 사람에게 어떤 것을 기대하는 것일까. 보통의 평범한 사람이라면 사람에 대한 존중이라던가 배려 그리고 생명에 대한 책임감 같은 것을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사회를 깊숙이 바라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자신이 남들보다 우월하려는 그 욕심과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던가 순간적으로 고통받는척하고 바로 잊어버린다. 사람들은 비이성적인 경우가 상당히 많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더 심각하게 왜곡될 경우가 있다. 주식만 봐도 그렇다. LG엔솔에 대해 지인에게 설명을 해준 적이 있다. 자~ 여기 10,000원짜리 화폐가 있다. 바로 이것이 LG화학이라고 치자. 그 가치는 바뀌지 않았는데 갑자기 5,000원짜리 신권이 두 장 나왔는데 10,000원짜리와 동일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10,000원짜리를 가지고 있는 주인이 5,000원짜리 신권이 무척 좋아 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LG화학에 한 장을 가치를 부여하고 다른 한 장은 LG엔솔에 부여했다. 두장을 합치면 다시 10,000원짜리로 바꿀 수 있을 뿐이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다. LG화학은 5,000원이 맞는데 LG엔솔은 5,000원짜리를 10,000원으로 바꿀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시장이 바뀐 것도 없고 현실이 나아진 것도 없으며 기술력이 월등하게 좋아진 것도 없다. 그냥 분할한 것뿐이다. 필자는 말해주었다. 상장하자마자 파는 것이 맞다. 그 정도 가치가 LG엔솔에는 없다고 말이다. 누군가는 팔지 않았다. 그 결과 580,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현재 350,000원이 되었다. 원래 가치에 수렴할 뿐 가치가 낮아진 것은 아니다.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비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자본주의에 덧칠해지면 어떨까. 

코로나19로 제대로 경험해봤겠지만 다국적 제약사의 탐욕은 어마어마하다. 가장 돈이 많은 국가지만 가장 많은 사람들이 돈이 없어 코로나19로 죽은 나라가 미국이다. 그 기반에 개척정신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신의 운명은 자신이 개척하는 것이다. 개척할 능력이 없으면 목숨도 지킬 능력도 없다. 지금도 미국에서는 의료의 주목적인 인간 생명을 유지시켜주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다. 병원이 돈을 벌고 제약사가 돈을 벌고 의사들이 과도한 돈을 가져간다. 그 속에서 돈이 없는 사람은 생명이 단축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럼 한국은 어떨까? 의료보험이 잘되어 있어서 미국보다는 덜하지만 한국 역시 돈이 없다면 병원에서 생명연장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집안에서 아픈 사람이 한 명 나오면 그 집안은 모두가 경제적으로 힘들어지게 된다. 기술은 좋아지는데 돈이 없으면 더 비참하게 살 수도 있다. 미래에는 의학기술이 발달하면 아마 인공장기가 일반화될 가능성이 크다. 신체에 부작용이 없으며 엄청난 돈을 들여 개발한 신기술의 인공장기를 만드는 회사는 지금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는 일반 제약회사나 큰 회사들일 것이다.  

영화 리포맨은 장기 추심에 대한 내용을 그리고 있는 영화다. 대출 추심과 장기 추심의 다른 점은 하나는 정신적/경제적으로 피폐하게 만들고 다른 하나는 육체적/경제적으로 피폐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흔히들 초기 투자비를 들여 막대한 수익을 내는 회사들이 많다. 아마도 성공적인 인공장기를 개발한 회사가 있다면 결국 인공장기 대금액이 체납된 이식자들에게서 장기를 회수해오는 일도 생길 것이다. 지금은 산업 전분야에 걸쳐서 렌털 모델이 일반화되어 있다. 이 흐름을 아~ 그렇구나라고 생각하기만 하면 자신도 모르게 곳곳에 스며든 자본의 독약을 방치하는 셈이다. TV, 쇼핑몰, SNS를 조금만 뒤져봐도 온갖 렌탈 모델이 나온다. 아마도 미래에는 인공장기 역시 렌털 모델로 진행이 되는데 월 입금액이 밀리기 시작하면 생명까지 위협받게 될 것이다.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인공장기를 시험하는 장면들을 볼 수 있다. 아직까지 성공적으로 인체에서 오래도록 제 역할을 하는 인공장기는 개발되지 않았다. 그래서 장기기증자를 애타게 기다리고 중국의 경우 불법 장기 판매까지 발생하는 것이다.  대체의료기술의 눈부신 발달로 신체 전부분에 걸쳐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는 대체 인공장기가 개발되어 많은 환자들에게 이미 이식이 된다면 얼마나 희망찬 미래인가?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미래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찰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인공장기는 탐욕이 넘쳐흐르는 대기업에서 만들 가능성이 높다. 그 비용을 감당 못하면 잠시 연장된 것뿐만 아니라 객사할 가능성이 아주 높아진다.  

필자는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그 입장이 되어보고 생각해보라고 하지만 사실 거의 없다. 사회적 약자가 되어 소리를 치고 사람들에게 관심을 요구하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그 입장이 되기 전에는 아예 생각도 안 했던 사람들이 많다. 자기 자식이 신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상태에서 태어난 훈 휴머니즘이 생긴 부모들이 많다. 사람들 누구나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으면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한쌍의 연인 앞에 나타나 순식간에 남자를 마취시키고 그의 배를 갈라 태연히 장기를 적출해가는 한 남자는 바로 래미다. 


집이나 길거리 또는 지하철 등 장소 불문하고 체납 고객을 찾아 인정사정없이 그들의 인공장기를 적출, 회수해가는 리포 맨들. 사냥감을 쫓는 사냥꾼이 되어 일종의 게임처럼 이런 상황을 즐기기까지 한다. 마치 먹을 것을 노리고 다니는 뱀파이어들 같은 느낌으로 래미는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인해 인공심장을 이식받게 되지만 생각이 바뀌어 다른 사람의 장기를 회수하는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 아마 장기중 뇌를 제외하고 가장 비싼 것이 있다면 심장일 것이다. 리포같이 비인간적인 일이 아니라 일반적인 일로는 심장의 비싼 유지비용을 내지 못하게 되고 결국 그는 쫓기게 된다.  


이 영화는 시종일관 암울하게 그려져서 보는 사람조차 우울하게 만드는듯한 느낌이다. 끝에서 희망차게 끝날 줄 알았건만 역시 반전이 있었다. 뉴스를 보면서 성공적으로 인공장기를 개발했다는 내용들이 그다지 희망차게 다가오지 않았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몰라도 결국 물건을 사고 집을 사고 평생을 그 빚을 내다가 죽는 것도 모자라 미래에는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비싼 장기 임대료를 내다가 죽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래미는 절대로 자신이 그 입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지 않았다. 사람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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