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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29. 2016

봉이 김선달

자기들만 신이 나는 영화

영화 제목이 봉이 김선달이어서 그런가?

내용이나 배우들의 연기력을 보면 정말 날로 먹으려는 것이 보인다. 조선 명탐정과 비슷한 플롯의 구성을 보이면서 내용은 상당히 허술하다. 관객들에게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면서 돈을 벌려는 제작사의 의도가 너무나 명확하게 보이는 영화다. 


사기를 치거나 범죄를 저질러도 있는 사람의 것을 훔치는 것은 조금 너그럽게 봐주는 태도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모양이다. 조선 후기의 선비인 김선달은 신분제도의 한계 때문에 관직에 오르지 못한다. 그러나 권세 좀 있다는 양반이나 돈 있는 상인들을 골탕 먹인 덕분에 인기 좀 누리면서 살아간다. 사기꾼의 대명사 김선달을 도와주는 사람으로 보원과 속여서 복채를 강탈하는 윤보살, 이제 막 사기를 시작한 견이가 함께 한다. 


그냥 잔잔한 사기나 쳐가면서 먹고살던 김선달은 큰 판을 준비하는데 그것이 바로 그 유명한 대동강 사기극이다. 당대의 절대 권력가인 성대련을 속이고 담배를 탈취할 수 있을까. 김선달은 실제 인물은 아니지만 당시 상황을 절묘하게 반영한 설화 속 주인공이다. 과거에 급제했음에도 불구하고 관직은 제한적이라 관료가 될 수 없었다. 사람 골탕 먹이기에는 남다른 능력이 있었던 김선달에게 봉이라는 호는 바로 닭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어리숙한 모습으로 닭장수에게 접근한 김선달은 그럴듯하게 생긴 수탉을 보고 봉황이 아니냐고 계속 물어본다. 어리숙해 보이는 김선달을 본 닭장수는 돈 욕심에 봉황이라고 하며 일반 닭값보다 훨씬 비싼 값에 팔아버린다. 김선달은 그 닭을 가지고 해당 관아의 사또에게 봉황이라며 바치지만 사또는 이에 불같이 화내면서 김선달을 족치려고 하자 김선달은 장터의 닭장수에게 구입한 것이라고 항변한다. 닭장수는 관아로 끌려오게 되고 자신이 받은 돈보다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 사람들은 그에게 봉이라는 별호를 붙여주게 된다. 봉이 되는 것은 좋은 게 아니라 허술하여 속여먹기 쉽다는 의미다. 

도둑이나 사기꾼은 어디까지나 그 기질을 버리지 못한다. 권력가나 부자들의 돈을 속여서 편취했던 사람은 무고한 서민들의 돈도 속여 편취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정의감이나 소신 같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절대적으로 정의로울 수도 없고 핍박받고 사는 서민들의 대변인이 될 생각 따위도 없다. 


영화 봉이 김선달을 극장에서 본 사람들이라면 봉이 되는 것이 어떤 건지 조금은 느낄 수 있다. 자신만 당한 것이 억울하다고 생각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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