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의 촬영지였던 안성 석남사
개인적으로 춘분이라는 절기는 의미가 있다. 낮의 시간이 밤의 시간보다 길어지기에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절기이기 때문이다. 밤도 의미가 있지만 낮의 시간에는 할 수 있는 것이 훨씬 많은 편이다. 춘분이라는 절기를 두고 앞뒤로 추위라는 손님이 찾아온다. 따뜻해진 온도에 얇게 입고 나갔다가 그 기대를 생각하지 못했던 추위를 느끼게 만든다.
안성맞춤이 절로 생각나는 도시 안성시에는 천년고찰이라는 석남사가 있다. 석남사에는 이전에 인기 있었던 드라마 도깨비가 촬영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드라마 주인공이 그의 전생의 벗과 여동생을 위해 제를 올리고 풍등을 올리는 장면에 등장했던 배경지이기도 하다.
드라마 촬영지가 아니더라도 석남사는 방문할만한 사찰이기도 하다. 석남사에 현존하는 당우로는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으로 된 영산전을 비롯하여 산신각·요사채 등이 있고 문화재로는 석탑재(石塔材)와 마애불(磨崖佛) 등이 남아 있다.
680년(문무왕 20)에 고승 석선(奭善)이 창건하였고, 고려 초기에 혜거국사(慧炬國師)가 중창하였다고 하니 천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간직하는 곳이기도 하다.
사찰은 고요해서 좋다. 종교에 국한받지는 않지만 사찰은 소리를 내기를 강요하지는 않기에 좋다. 마음이 지극히 고요하고 아무 번뇌가 없을 때 그 마음이 열려 광대해진다고 한다. 마음이 지혜로 충만해졌을 때 비로소 그것을 깨달음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한다.
자갈 소리를 들으면서 석남사의 이곳저곳을 걸어서 돌아다녀본다. 가끔씩 들어오는 모래가 조금 불편하지만 걷는 것은 그래서 가치가 있다. 서운산 북쪽의 석남사는 조그마한 사찰이지만 절 입구에서 대웅전까지 오르는 돌계단의 경관이 볼 만한 곳으로 수백 인의 참선승이 머물렀던 수행도량으로 알려졌다.
보통 다른 사찰의 석탑에는 이렇게 돌을 쌓아놓지 않은데 이곳에는 소원을 담아 돌을 쌓아놓는 것을 그대로 두고 있다. 바람이 불고 비가 많이 내리면 다시 떨어지겠지만 누군가는 다시 이곳에 다시 올려놓을 것이다.
불교는 누구나 다 깨달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종교다. 한 명의 선지자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정면 3칸, 측면 3칸의 대웅전은 겹쳐마 맞배지붕으로 단출하지만 짜임새가 있다. 석남사의 영산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다포계 공포를 갖춘 팔작지붕 집이다.
위쪽에 올라와서 석남사의 경내와 경사를 따라 지어진 건물들을 내려다보았다. 경기도와 충청남도의 경계 지역에 위치한 서운산은 경기도 안성시에서 남쪽으로 약 12㎞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다시 아래로 내려오는데 돌 위에 발자국 두 개가 새겨져 있는 것이 눈에 뜨였다. 내린 비는 모두 말라있는데 이 발자국 위의 물만 남아 있었다. 이 발자국은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누구나 발자국을 남길 수는 있다. 불을 켜는 순간 차별 없이 구석구석이 밝아지듯이 드라마 도깨비의 불과 같은 느낌이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