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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20. 2022

100년의 냉면

3대를 이어간 안성의 냉면 맛

오랜 시간 맛을 만들고 그 맛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가는 음식점은 의미가 있다. 쉽게 만들고 유행에 따라 만드는 음식점도 있지만 오래 버틸 수가 없다. 코로나19로 많은 자영업자가 힘들다고 하지만 먹고사는 것이 기본적인 사람의 본능이니만큼 맛있는 곳이나 경쟁력 있는 곳은 타격이 크지 않다. 안타깝지만 코로나19에 타격을 받는 곳은 사는데 필수적이지 않은 업종이다. 

경기도의 안성이라는 도시는 경기도에서 조용한 도시다. 방짜유기로 잘 알려진 도시이기도 하지만 안성맞춤이라는 이미지가 있는 도시다. 복잡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딱 좋은 도시이기도 하다. 안성시에는 태조 왕건의 초상화가 있었던 봉업사가 있던 곳이기도 하다. 

안성시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극적루라는 누각이 있다. 고려말 1362년(공민왕 11) 홍건적의 난 때, 적을 물리친 공으로 안성이 현에서 군으로 승격된 후, 이를 기념하기 위해 건립한 누각으로 의미가 남다르다. 예로 들면 울산시가 울산광역시로 승격된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극적루의 한자 풀이는 이길 극(克), 대적할 적(敵), 다락 루(樓)로 한마디로 적과 싸워 이긴 것을 기념해 지어진 누각이 이곳에 복원된 것이 10년이 넘었다. 

100년을 넘게 냉면을 만들었다는 안성의 음식점을 찾았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심심한 맛을 내지만 먹을수록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평양냉면집이다. 고기육수와 동치미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육수에는 육향과 메밀향이 섞여 있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그릇은 안성맞춤 유기그릇을 만드는 주요 무형문화재의 그릇을 사용하고 있다. 

본질의 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우선 식초나 겨자를 넣기 전에 마셔보는 것이 좋다. 육수와 동치미의 조합이 괜찮다. 평양이라는 지역은 척박해서 밀이 자라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대신 메밀이 많이 자랐는데 이로 인해 메밀국수가 인기를 끌었다. 평양의 4대 음식으로 꼽히는데 고려 시대에 평양 인근의 대표작물이었던 메밀을 수확한 후에 국수로 만들어서 동치미 국물에 말아먹었던 것이다. 맛 자체는 슴슴하지만 먹다 보면 자극적인 일반적인 냉면이 맛이 없어진다. 

필자가 얼마나 미식가인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자극적인 양념에 숨겨진 맛을 좋아하지는 않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역마다 평양냉면의 맛을 다르게 해석해서 만드는 음식점들이 있다. 모두 미묘하게 다르다. 내오는 것도 고명도 다르며 고기부위도 달다. 심지어 메밀의 함량도 다르지만 다를 뿐 시간의 힘을 이긴 음식점들은 모두 각기 매력이 있다. 음식점이라면 100년은 지나야 그 맛의 진정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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