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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31. 2022

갈비의 달인

카드가 녹아도 좋을만한 오랜 역사의 소갈비

대한민국이 삶의 양극화가 심각한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과거와 달리 가치소비는 확실하게 더 자리 잡아가고 있다. 맛없고 양 많은 음식보다 비싸더라도 맛있는 음식을 찾는 사람들이 더 늘어가고 있다.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서는 나름의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고기는 굽는 방법이나 시간에 따라 느끼는 맛이 천차만별일 때가 있다. 갑자기 맛있는 것이 먹고 싶은 날 예산으로 발길을 했다. 왜 예산으로 갔냐고 묻는다면 돈 좀 있는 사람들이 많이 살았기에 더 맛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이 수반되었던 고장이기 때문이다. 

안으로 들어오니 소갈비를 굽는 냄새가 코끝으로 들어온다. 코로나19에 걸렸다가 나으면 맛을 잘 못 느낀다고 하는데 이곳은 침샘이 돋게 할 것만 같았다. 이곳에 와서 먹는 것과 포장하는 방법이 있는데 갈빗살 1.7kg 기준으로 220,000원, 통갈비는 5인분 (250,000원), 10인분 (500,000원)이다. 고기를 좋아하는 지인은 통갈비를 3~4인분 정도는 거뜬히 먹을 듯하다.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면 상당수가 외지인임을 알 수 있다. 기다리다 보면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어디서 보고 왔는지를 서로 이야기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듣게 된다. 입구에서 고기를 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마케팅적으로 상당히 유효해 보인다. 예산의 유명한 양념소갈비 집의 특징이라면 대부분의 소고기집이 거세우를 사용하지만 이곳은 암소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암소를 손질하는 데에는 정말 손이 많이 간다. 대신 잘 손질해두면 육즙이 풍부하고 고소한 맛이 더 강하다. 직접 먹어보면 그 차이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생갈비를 준비한 후 간장을 베이스로 해서 잦은 양념을 더해 버무려 2~3일 숙성하는데 계절마다 그 맛이 다르다고 한다. 

돈보다 양이 적어 보이지만 충분히 맛이 좋다. 카드가 녹아도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 드는 맛이다. 맛있는 소갈비는 한꺼번에 굽는 것보다 먹기 좋을 만큼만 구워서 먹는 것이 제대로 맛을 느끼는 법이다. 

어릴 때 소갈비를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고 아마도 30세 전에는 먹어본 기억이 없기는 하다. 그렇지만 갈비는 무언가 특별한 날 먹어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여전하다. 지금은 언제든지 먹을 수 있지만 무언가 더 달달하게 느껴진다. 

갈비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귀한 음식을 나누려는 정의 음식일지 않을까. 이곳에서의 갈비탕과 설렁탕도 모두 먹어봤지만 갈비탕은 정말 너무 진국이다. 그렇지만 소갈비가 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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