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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20. 2022

이런 시간, 풍경

향약(鄕約) 집회소였던 전남 영암군의 장암정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시간에 이런 풍경이라니

저 산의 이름도 모르지만 

갑자기 의미가 있어졌다. 

저 산을 바라보고 있는 누정은 

그냥 그 자체로도 좋았다. 


영암군이라고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영암군은 강진과 나주 사이에 있는 지역인데 좋기는 한데 뭐라고 설명하기에 애매한 곳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좋은 면을 살펴보고자 한다면 나오지 않겠는가. 

장암정이라는 이정표를 보고 안쪽으로 들어가 본다. 이런 누정은 전국에 적지가 않지만 이곳의 유래가 남다르다. 호남지방의 대표적인 향약(鄕約) 집회소로서, 장암 대동계가 창설된 이듬해인 1668년(현종 9)에 창건된 누정이 바로 정자다. 

동약이란 조선시대 시골 마을에서 마을 사람들 스스로 만들어 놓은 규칙으로 좋은 일은 서로 권유하고 잘못은 서로 바로 잡아주며,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도와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좋은 취지로 출발하며 그 취지를 훼손하지 않되 사회가 변함에 따라 조금씩 융통성 있게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장암정 내부에는 「장암 정기」·「장암 정중수기」와 각종 시문(詩文) 등 약 24개의 현판(懸板)이 보관되어 있다. 정자의 현판은 당시 명필인 김이도(金履道)의 친필이라 전한다. 

장암정은 앞면 4칸, 옆면 3칸 규모의 장방형 평면에 팔작지붕 집으로 전면의 마루는 통간으로 하고 중앙 후부 2칸은 마루방을 놓은 유실형(有室形)이며, 방의 상부에는 누다락을 설치하여 서고(書庫)로 이용하였다. 창방과 처마 도리의 장여 사이 주심(柱心) 위에는 행공 첨차(行工檐遮)를 설치하고, 주간(柱間)에는 태극·귀면(鬼面)·식물 문양이 조각된 화반(花盤 : 주심도리 밑 장여를 받는 초새김 한 받침)을 설치해두었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저 산은 활성산이라는 산이었다. 산의 높이가 그다지 높지도 않은데 구름을 아래에 두고 있다는 말인가. 높이 높이 올라가는 것보다 그 기세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약간은 이국적인 느낌이 드는 곳이다. 북유럽을 가면 이런 모습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란 상상을 해본다. 

영암군은 참 공기도 맑고 풍광도 좋다. 탁 트인 곳에 사람 한 명이 안 보인다. 코로나19에도 필자가 자유로운 이유이기도 하지만 자연이 전하는 메시지를 고스란히 전달받을 수가 있어 좋다. 가치를 발견하는 것은 사람의 안목에 달려 있다. 안목이 협소할수록 입지나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열려있는 시각이 더욱더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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