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와 다른 가치로 볼 자동차
변화되어가는 미래에 자동차는 우리에게 어떤 존재가 될까. 오랜 시간 자동차는 자산이나 신분 혹은 스스로를 나타낼 수 있는 의미로 소비되어 왔다. 그렇지만 10년 뒤의 미래에 자동차는 우리에게 더 이상 그런 가치로 남아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일부 브랜드나 모델들은 차별화된 가치를 지향하겠지만 보편적인 교통수단이지만 플랫폼으로 활용될 것이다.
자동차 정비를 2년이 좀 넘게 해 봤으니 나름 기름밥을 먹은 셈이다. 왜 기름밥을 먹었다고 이야기하냐면 정비를 하다 보면 기름과 휘발유, 경유 등을 입에 넣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구조에 대해서는 적지 않게 아는 편이다. 물론 아날로그적인 관점에서 아는 편이지만 아무튼 손이 거칠어질 일도 많이 했다. 20세기의 자동차는 정말 단순했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컨트롤은 디지털적으로 하고 있다.
미래에는 자동차 그 자체로는 더 이상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가치로 생각이 안될 듯하다. 지금도 디자인으로 투덜대는 사람들도 있지만 자동차 디자인은 이제 그렇게 차별성이 없어져간다. 거의 하나로 귀결되어가면서 조금씩만 겉모습을 바꾸면서 모델이 나올 것이다. 과거로 돌아가 보자. 우린 가지고 다니는 핸드폰으로 다른 사람과 차별됨을 보여주려고 했던 때가 있었다.
처음 나온 벽돌 같은 폰은 소득의 차이를 보여주었지만 이후 핸드폰이 대중화되면서 접는 폰인 듀얼폴더부터, 초콜릿폰, 연예인들의 이름을 딴 폰들은 소비의 트렌드를 이끌었다. 어떤 폰을 사고 가지고 다니느냐가 중요했지 그 안에 무엇을 담고 사진을 어떻게 찍는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삼성을 비롯해 전 세계의 수많은 폰 제조업체들이 춘추전국시대처럼 성장을 하였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확산되어가면서 시장의 판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언감생심 애플이 어떻게 삼성전자의 폰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었을까.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지금 삼성은 애플에게 확실히 밀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사장단과 임원진의 판단 미스가 오늘날의 삼성을 만들었다. 그들의 학벌로 이루어진 그 엘리트적 관점이 기회를 놓친 것이다. 이제야 조금 깨달은 것 같지만 삼성은 20년 동안 디자인과 성능만을 가지고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냈다. 무엇이 담겨야 될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작년에 접는 스마트폰을 내놓고 자화자찬하는 것을 보고 여전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스마튼폰과 관련된 기획일을 10년을 했는데 삼성에 미리 깔린 앱을 보면 참 어이가 없을 때가 많았다. 물론 그런 앱의 수주를 받아서 일도 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 삼성은 애플보다 더 많은 스마트폰을 전 세계에 팔고 영업이익은 1/3에도 못 미친다. 안에 들어가는 플랫폼과 앱과 관련된 수입은 삼성에게는 없지만 애플에게는 지금도 많지만 앞으로도 가능성이 더 많다.
아이폰 시리즈를 보면 6,7,8,9,10,11,12,13까지 겉모습은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카메라수가 조금 변했고 모서리가 조금씩 달라졌을 뿐이다. 겉으로 보면 7을 가진 사람이나 13을 가진 사람이 서로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아이폰 7을 가졌다고 해서 아이폰 13을 가진 사람을 그렇게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CPU, 메모리, 저장용량, 카메라 성능, 설계는 바뀌었지만 겉모습은 거의 변화가 없다.
자동차도 전기자동차가 대중적인 시대에 접어들면 자동차의 겉모습은 그렇게 달라지지 않고 성능만 업그레이드된 모델이 나올 것이다. 현대차가 그걸 제대로 준비할지는 모르겠지만 가전업체를 비롯하여 가장 큰 시장은 자동차에서 만들어지게 된다. G80-3, G80-4 이런 식으로 모델이 나오지만 겉모습은 아주 조금의 변화만 있을 뿐 대부분의 큰 변화는 인테리어에서 만들어지게 된다.
기본적으로 이동수단으로의 가치는 일상이 되어 잊혀가고 그 안에서 무얼 하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자동차의 가치가 하드웨적인 가치에 비중이 컸다면 소프트웨어적인 가치가 훨씬 커지면서 마치 아이폰 모델이 겉모습은 그대로 둔 채 내부만 바뀌는 것처럼 새로운 소비욕구를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