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 생태공원에 자리한 거창 심소정
가장 자연스러운 여행은 과연 어떤 것인가. 겨울이 지나 얼었던 물이 풀리고 그 물은 녹색의 녹음과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여기에 사람의 손이 닿을 것이 없다. 피어 있는 꽃을 보고 지는 꽃을 아쉬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 모습을 감상하면 된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에는 자연스럽게 시간이 많이 걸리고 에너지도 많이 소비할 수밖에 없다. 한적한 곳에 꽃 보러 가는 여행이 가장 마음 편한 여행길이기도 하다.
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여행은 가장 자연스러운 여행이다. 경남 거창이라는 지역은 지나쳐 가보기만 했었는데 이번에는 심소정이라는 정자를 찾아 이곳으로 왔다. 오래된 고목과 정자뿐만이 아니라 계절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꽃을 만날 수가 있었다.
거창 심소정(居昌 心蘇亭)은 경상남도 거창군 남하면 양항리에 있는 정자로 조선 세종 때 단성 현감을 지낸 윤자선이 1450년 하향하여 이곳에 정자를 건립하고 산수를 즐기며 강학하던 곳이다.
심소정이라는 정자를 보기 위해 계단을 걸어서 올라간다. 자신의 발로 어딘가를 가는 것은 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여행이기도 하다. 심소정은 건물은 정면 4칸, 측면 2칸으로 전면에 툇마루를 두고 좌측 2칸은 대청, 우측 2칸은 방으로 구성되어 있고, 계자 난간이 있는 누마루 형식으로 되어있다.
심소정으로 올라가 보니 비를 볼 수가 있었다. 건물 옆에는 윤공의 유허비는 파평 윤 씨의 자손과 외손, 전주 이 씨, 밀양 박 씨 문중에서 수계하여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에너지는 자연스럽게 순환을 한다. 자연 속의 이치는 하나가 시작이 되면 다른 것이 사그라든다. 오직 사람만이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만들려고 한다.
심소정에 올라와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거창 생태공원변에 핀 꽃들의 색이 자연스럽고 이쁘다. 거창이 이런 곳이었다. 역시 사람이 많지가 않으니 자연이 잘 살아 있다. 심소(心蘇)에서 소는 깨어난다는 의미가 있다. 마음이 깨어나는 정자라 할만하다.
시작이란 것이 있다고 함다면 시작이 시작되지 않았던 적이 있을 것이고 시작이 시작되지 않았던 것조차 시작되지 않았던 적도 있을 것이다. 이날의 시작은 만개하기 시작한 봄꽃이었다.
사람은 일단 형체를 부여받아서 태어났으면 그것을 잃지 않고 다하기를 기다려야 하는 법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온갖 물욕으로 인해 서로 다투고 손상하며 멈추지 않고 끝없이 치달으니,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자연의 이치에 따라 만날 수 있는 것이야 말로 온전히 만나는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