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의 온도

강경의 임리정과 팔괘정에 핀 벚꽃, 대나무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는 봄에 피어나는 아름다운 벚꽃의 모습이 소용이 없고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에게는 바람에 자연스러운 대나무의 소리가 무의미하다. 스스로가 짧은 식견을 가진 것을 모른다면 세상의 변화도 보고 느낄 수 없는 법이다. 옛날 송나라 사람들은 좋은 갓을 만들어서 이웃나라인 월나라에 팔아 큰돈을 벌고자 했다고 한다. 그런데 월나라 사람들은 날씨가 더워 갓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 송나라 사람들은 자신들의 기준에 의해 모든 것을 판단하여 두루 살피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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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알고자 함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함이기도 하며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함이기도 하다. 집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강경에 잠시 들렸다. 이곳에는 죽림서원과 함께 임리정, 팔괘정이 자리하고 있다. 심어져 있는 나무는 대나무와 벚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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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림서원은 호서지방에서 유일하게 당색을 구분하지 않고 당파를 초월해 충청 선비의 소통과 융합의 정신을 지향했었다. 죽림서원의 옆으로 올라가면 벚꽃이 피어 있는 아래에 자리한 임리정이 있다. 임리정이 있는데 김장생이 후학을 가르쳤던 곳으로 시경에서 두려워하기를 깊은 연못에 임하는 것같이 하며 엷은 얼음을 밟은 것같이 하라라는 의미처럼 항상 자기의 처신과 행동거지에 신준을 기하라는 증자의 뜻이 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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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사람들은 어리석은 선택을 하기도 한다. 더 큰 관점으로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에 집착하고 매어 살기도 한다. 임리정으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보니 좌측에는 대나무의 소리가 들려오고 오른편으로는 벚꽃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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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리정은 정면 3칸에 측면 2칸으로 왼편으로 보면 2칸이 대청이고 오른편에는 1칸은 온돌방으로 만들어져 있다. 대나무의 소리란 여러 바람길에서 나온 자연의 소리를 말한다.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바람이 불어대는 곳에 올라와서 보니 각기 자신의 소리를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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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리정에서 팔괘정까지는 멀지가 않다. 스승과 제자의 길이기도 하다. 스승인 김장생의 가르침이 좋아서 우암 송시열은 스승의 정자가 보이는 곳에 팔괘정을 지어놓고 그를 기렸다고 한다. 이곳에도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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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면 3칸·옆면 2칸이며 금강 변에 남향하고 있는 팔괘정은 금강을 한눈에 바라보며 수려한 경관을 볼 수 있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지형적으로 바위가 감싸는 위치에 자리하고 있어서 포근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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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감정이 없으면 내가 있을 수 없고 내가 없다면 그 감정이 있을 곳이 없게 된다. 이들은 가까운 관계이지만 또 그렇게 만드는 것이 뭔지 모른다. 스승인 사계 김장생과 제자인 우암 송시열은 학문을 이어주는 관계였지만 생각은 서로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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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으로 들어와서 대나무가 주변을 감싸는 곳에서 다시 팔괘정을 바라보았다. 호젓하게 봄의 온도를 느낄만한 공간이다. 벚꽃의 온도는 딱 지금의 온도다. 덥지는 않지만 반팔만으로도 충분한 온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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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귀가 있어야 들을 수 있다. 아주 단순한 이야기지만 그 단순함조차 몸소 실천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세상의 변화를 알 수 있는 사람은 일의 시기를 놓쳐도 후회하지 않고, 일의 시기에 잘 올라타도 자만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사람은 높은 곳에 올라가도 떨지 않으며 물에 들어가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벚꽃의 온도를 알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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