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설전시실이 개편된 국립 청주박물관
우리는 왜 오래 전의 인류의 발자국을 연구하고 기록하고 살펴보는 것일까. 지금 현재의 모습만으로 우리의 행동이라던가 현재, 미래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구 상의 생물 중에서 지능이 높고 사회를 만들어 문명생활을 하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삶을 유지하고 있다. 가볍고 단단하기에 군사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이제 지구 전체에서 가장 큰 쓰레기를 양산하고 있으며 공격을 받았을 때 군사적인 정보가 훼손당하지 않기 위해 망으로 연결되었던 시스템이 인터넷으로 퍼져나갔다. 한 번 인터넷망에 올려진 정보는 조각나서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에 영원히 지울 수는 없다.
국립 청주박물관은 중부권에서 고고학의 역사를 만나기에 좋은 곳이다. 최근 국립 청주박물관은 '숨과 쉼이 있는 당신의 박물관'이라는 표어에 맞춰 상설전시실을 새롭게 단장했다. 선사시대와 고대를 다룬 1∼2실은 화사하고 밝은 느낌으로 연출했고, 다양한 금속유물을 선보이는 3실은 전체적인 조도를 낮추는 대신 유물에 비교적 강한 조명을 비춰 작품이 도드라지도록 하여 세 공간으로 나누어두었다.
서울 등에 자리한 국립박물관을 제외하고 지방에 수준 있는 박물관이 만들어진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20년쯤 전에 일본의 박물관을 가보고 나서 박물관이라는 가치를 알게 되었다. 단순히 오래된 물건들을 전시해둔 것이 아니라 인류의 발자국을 잘 알 수 있도록 구성을 해두었다. 지금은 일본의 어느 지역의 박물관과 견주어도 될만한 국립박물관이 한국에는 적지 않다.
입구에 들어서면 금속이 출현하기 전후 인류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볼 수 있다. 시대마다 필요한 능력들이 있다. 지금은 적당한 돌을 구해 깨고 깎아서 만드는 기술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 시대에 가장 중요했던 도구들이 공중에 걸려 있듯이 놓여 있다. 청동기시대가 도래하기 전까지 인류는 주로 돌로 만든 석기와 흙으로 빚은 토기를 이용해 살았다. 살기 위해서 주먹도끼, 슴베찌르개, 빗살무늬토기 등이 당시 사용한 도구다
석기시대에 사람들이 살기 위한 핵심기술은 부족이나 가족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었다. 지금의 핵심기술이 가족이나 마을단위에서 필요하지는 않다. 우리는 반도체 설계기술이나 LNG선박 제작기술, AI인공지능의 전체 구조를 개개인이 알고 있지는 않다. 이제는 부분만 알 수 있을 뿐이다.
금속에 대한 발전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발걸음을 하다 보면 공간 구성이 잘된 이곳에서 잔무늬거울, 호랑이 모양 허리띠 고리, 청동 손잡이 쇠칼 등 다채로운 금속 유물을 만날 수 있다.
금속 시대가 열리면서 도구는 더 다양해지고 발전하고 기술로 이어졌다. 제작된 도구는 인류의 동반자가 되어 함께 발전하면서 모방과 재생산을 거듭하였다. 도구가 발전하면서 일의 효율성이 높아져 경제적 이익이 늘어나 사람과 사람, 부족과 부족, 국가와 국가의 격차를 만들어내게 된다.
사람이라는 것은 묘한 존재다. 오랜 시간 생존을 위해 전략을 세우고 사냥도구나 무기를 만들어서 사용하였지만 금속이 만들어지면서 짐승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전쟁을 위해 금속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사용한 철이라는 금속은 문명을 가르고 국가 간의 전쟁에 무기로 사용되기도 한다.
충청북도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바다가 없는 지역이다. 충청북도에 자리했던 고대국가는 마한으로 마한의 54개의 소국중 여러 나라가 있었을 것이다. 청주와 오송에서 대규모 유적이 발굴되면서 이 지역의 마한의 큰 세력이 있었음을 추측해볼 뿐이다.
전시공간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거울, 자물쇠, 수저 같은 생활 금속공예품과 불교 용구인 범종, 쇠북, 등잔, 발우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인간은 필요에 의해 다양한 금속과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그 결과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활용되기도 하고 인류의 존재를 위협하기도 한다. 사회가 평화를 지향하면 좋겠지만 아주 작은 갈등에서 혹은 오래된 민족성으로 인해 평화를 위협하기도 한다.
앞으로도 많은 기술들이 나올 것이다. 그렇지만 금속만큼 오랜 시간 우리의 옆에서 큰 영향을 끼친 발명품이 나올지는 알 수가 없다.
상설 전시공간의 끝에 오면 1993년 청주 무심천 제방 공사 과정에서 나온 사뇌사 금속문화재 전시 공간, 충북 사찰을 연차적으로 소개하는 성보문화재 공간도 만들어져 있다. 고고학은 유적과 유물을 살펴서 고대 생활양식의 복원 및 문화발달과정의 설명을 하는 것이다. 인류의 발자국을 연구하는 것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