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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23. 2022

자연 속 미술관

면천읍성 그렇게 눈을 뜨고 있었다. 

겨울이 잠을 청하는 시간이 되면 봄이 눈을 뜨고 그 모습을 드러낸다. 당진의 면천읍성이 자리한 곳은 작은 마을이지만 여행지가 가지고 있어야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는 곳이다. 작지만 미술관이 있고 콩국수와 같은 먹거리와 옛날의 농협창고를 활용하여 만든 분위기 있는 카페와 머물 수 있는 한옥, 역사 속의 읍성, 고즈넉하게 걸어볼 수 있는 골정지까지 갖추고 있다. 

그토록 화려함을 자랑했던 벚꽃이 대부분 떨어졌지만 여전히 자연의 향기가 머물고 있다. 골정 쉼터는 골정지에 만들어진 쉼터 공간이다. 저 건너편으로 면천향교가 자리하고 있다. 지금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찬란할 수 있다. 골정지에 부딪쳐서 산란하는 태양의 빛처럼 혹은 물 위에 드리워진 모습처럼 말이다.  

물 위에 삐죽삐죽 솟아나 있는 연대가 보인다. 이제 6월쯤이 되면 연꽃이 피어나기 시작할 것이다. 면천읍성은 고려시대 충렬왕 16년(1290)에 세워졌다고 하나 실은 백제 초기부터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면천읍성은 1797년(정조 21년) 면천군수로 부임한 연암 박지원의 애민(愛民) 정신과 여민동락(與民同樂)이 스며들어 있다. 박지원은 일기도 열심히 썼던 사람이다.  그가 쓴 일기를 엮은 것이 열하일기다. 

걷다 보니 바람에 흔들리며 영롱한 소리를 내는 곳을 바라보니 소소한 음악소리가 들려오는 면천읍성 안 그 미술관이었다. 지식인의 소임은 깨어 있고 보는 것이라고 한다. 박지원은 관아에서 굶주린 백성들에게 죽을 나누어 주고는, 자신도 동헌에 나와 그들과 함께 죽을 먹었다. 

미술관의 옆으로 들어가면 정원이 조성이 되어 있다. 곳곳에 예술작품과 앉아서 쉴 수 있는 곳과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물건들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다. 

다양한 수목들이 한 공간에서 공존하고 있다. 자연은 같은 종류의 생명들로만 채워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균형을 이룬다. 자신과 생각이 똑같은 사람 하고만 이야기하는 게 물론 편하지만 관용 사회에서 그건 재앙으로 다가온다. 민주주의의 재앙이다. 그래서 비슷한 것만 보여주는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사람의 생각을 망치는 것이다.  

같은 것을 보아도 생각하는 바가 다르고 다시 보면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게 반복하다가 보면 안보이던 것을 볼 수 있게 된다. 원래 있었던 것이지만 처음에는 보지 못하던 것들이다.  

저 앞에는 면천 군자정으로 군자지는 고려 공민왕 때 지군사 곽충룡이 읍성객사 옆에서 만든 연못으로 1800년대 후반에 나온 '면천 읍지'에 계해년(1803)에 신축하였다고 되어 있다. 

돌다리를 건너서 군자정으로 가본다. 이곳을 찾아온 때가 늦어 벚꽃이 피어 있을 때의 장면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이 모습도 괜찮다.  

사람에게는 모두 다 일정 척도의 눈금이 있다. 보는 눈일 수도 있고 느끼는 눈일 수도 있다. 그 척도는 살아온 족적과 경험, 노력 등에 따라 달라진다. 느끼는 눈의 척도가 10개쯤으로 나누어진 사람과 3개쯤만 있는 사람과는 대화를 하지만 정작 대화는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든 이해를 시켜야 할까. 아니면 그냥 무시해야 할까. 

아래에는 떨어진 벚꽃잎들이 연못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물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벚꽃잎이 한가득이다. 내년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 이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물론 떨어진 패턴들은 다르겠지만...

이곳의 물맛이 그렇게 좋다고 하는데 아직 이곳에서 퍼낸 물로 만들었다는 막걸리는 먹어보지는 못했다. 샘솟는 듯한 물이 물길을 만들어 흘러내려가 아래에 연못을 채우고 다시 바다로 흘러나간다. 생각의 길은 그렇게 샘솟듯이 나온 생각에서 쉼 없이 퍼져나가 더 큰 바다로 흘러가게 된다. 더 많은 것이 있는 바다를 보려면 생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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