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과 같은 마곡사의 봄 여행
꿈을 꾸면 색이 느껴지지 않지만 아련한 형태가 생각날 때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처럼 보아도 질리지 않는 것이 에너지 넘치는 봄의 모습일지 모른다. 연분홍 진분홍 꽃잎이 바람에 날려 물을 타고 흘러가는 듯한 모습을 보기 위해 공주 마곡사를 찾았다. 진분홍 복사꽃이 연녹색 잎과 함께 아침 햇살에 비치면서 자신도 모르게 발길을 이끌고 있다. 세종의 셋째 아들 용(안평대군)이 꿈에 본 도원(桃源)을 안견에게 그리게 하여 여럿과 함께 했듯 그림으로 남겨 그 모습을 언제든지 보고 싶어졌다.
공주에 자리한 마곡사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지정된 사찰이기도 하다. 낮에 생각한 것이 밤에 꿈이 되며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을 만큼 만족하는 것도 드물다.
모든 것이 때가 있는데 벚꽃이 지면 복사꽃이 피기 시작한다. 봄의 절정에 은은한 향기로 사람을 이끄는 것이 복사꽃이기도 하다. 복사꽃 구경하기 좋은 곳이 공주 마곡사다. 공주의 복사꽃 나들이는 드라이브도 좋지만 직접 걸어서 만나보는 것도 좋다.
마곡사의 곳곳에 심어져 있는 화초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은은한 색 하나로 예전에도 본 적이 있는 마곡사가 화려하게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었다.
마곡사 대광보전은 기도를 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옛날에 걷지 못하는 앉은뱅이가 이곳에서 100일 동안 기도를 하고 나서 걷게 되었다고 한다. 필자는 걸을 수가 있으니 꼭 필요한 소원을 빌 사람을 위해 남겨둬 본다.
형형색색의 봄이 마곡사 입구에 자리하고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쌓인 모습은 그냥 오래된 노스탤지어 같은 것이 아니라.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그런 실타래 같은 것이 그 안에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제약받던 일상이 돌아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봄은 꽃구경이 바이러스와 같이 퍼져나가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 계절에 어딘가로 떠나지 않으면 무언가 하루를 잘 못 보낸 것 같은 느낌마저 받게 한다.
마곡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곳으로 입신양명의 수승한 기도처로 널리 알려진 군왕대의 전통을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한다.
천천히 걸어서 넘어가 보는 돌다리다. 무척이나 단단해 보이는 돌다리로 두드려보지는 않아도 될 듯하다.
항상 된 마음이란 때론 멈추어 있는 마음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멈추어 있는 물을 거울로 삼지 흐르는 물을 거울로 삼을 수 없다. 오직 멈추어 있는 것만이 멈추어 있고자 하는 것을 멈추게 할 수 있는 법이다.
복사꽃이 피고 있는 나무를 발견했다. 복사꽃이 피었다고 알려주고 싶은 이가 있다면 말해도 좋다. 수줍어 보이는 복사꽃이 나뭇가지 사이에 피고 있는데 갑자기 더워진 날씨가 마치 여름과 같다. 가는 걸음을 멈추게 해 놓고 앞에서 눈웃음을 흘리고 있는 듯한 모습의 꽃이다.
물고기는 물에서 살고 복사꽃은 땅에서 살며 사람은 도에서 산다. 물에서 사는 것은 흐르는 물에 놓아두면 살아갈 수 있고 도에 사는 것은 억지로 일을 꾸미려 하지 말고 타고난 본성대로 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