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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14. 2016

트라이앵글

진정한 적은 자신이다. 

저명한 과학자였던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인간은 태어난 것 자체가 축복인가?

아니면 태어난 이상 살아가야 하는 운명에 처해있는 존재인가. 최근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왜 사냐고 말이다. 배부른 소리일 수 있다. 살만하니까 그런 고민도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가진 약점 중 하나인 건망증은 축복이다. 사람은 동물과 달라서 계속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존재들이다. 즉 발전의 가능성이 없다면 미래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면 자신의 삶을 마지막으로 몰아간다. 예술분야에 일하는 사람들 속에 유독 우울증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다. 내일이 똑같고 일주일 후가 똑같다면 그들은 더 이상 존재의 의미를 찾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극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왔다. 


영화 트라이앵글은 생각하기도 싫은 인간 지옥을 보여주고 있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해 빠져나올 수 없는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겪은 여자의 시선을 따라가는데 그 지옥을 빠져나오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지만 결국에는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SEOLUS라는 배를 타고 끊임없이 죽고 죽이는 형벌을 받는 스릴러 영화 트라이앵글은 한국에서 개봉된 적은 없다.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특정 시간이나 며칠 정도가 롤백된다는 설정은 수없이 있어 왔다. 영화의 주인공 제스는 아들 토미를 사랑하는 척 하지만 그녀의 내면은 남을 배려하지 못한 폭력성을 가지고 있는 부모다. 아들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냥 소유물로 인식하는 그녀의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잔혹한 면이 잠재되어 있다. 아들을 데리고 가다가 어느 날 8시 17분 사고를 당해 아들과 함께 죽는다.

다시 시작할 수 없건만 죽음의 사신이 그녀에게 찾아와 괜찮냐고 물어보는 순간 다른 선택을 한다.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친구들과 함께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 매일매일인지 순간순간인지 모르지만 그녀는 무한 반복 재생을 하며 일행들도 죽이고 자기 자신도 죽이는 환상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자기 자신이 범인이고 그녀 스스로가 사이코패스였지만 희생양이라는 환상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공포스러운 경험과 절망, 상실감을 계속 느끼게 되는 제스를 보면서 인간의 삶도 저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잠기게 된다. 지금보다 나은 내일을 바라지만 바뀌지 않은 현실에 괴로워하고 다시 다음날을 맞이한다. 영화에서는 그리스 신화를 차용하였다. 이얼러스의 아들 시시푸스가 돌을 산꼭대기에 올려놓으면 다시 굴러 떨어져서 계속 올려야 한다. 그런 형벌을 받게 된 것은 바로 죽음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렉이 가지고 나온 배의 이름은 Triangle

그들이 조난당해서 타게 되는 배는 AEOLUS


제스는 자신을 사랑한다는 그렉을 가장 먼저 죽인다. 자신이 학대했던 아들 토미를 만나기 위해서는 그렉이 죽어야 되기 때문이다. 마치 자신이 했던 과오를 영원히 없애려는 것처럼.. 과거의 자신도 죽인다. 스스로를 죽이고 주변 사람들을 모두 죽임으로써 새로 시작하는 삶.. 속에 희망은 1%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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