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ay 1... Back to the Fucture
일본을 가본 사람들이나 일본 문화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일본인들이 얼마나 파친코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오락실과 같은 분위기에 결국 도박을 하는 것인데 틀에 사로잡힌듯한 일본인들의 삶에 탈출구 같은 느낌이랄까. 애플 TV+에서 하는 파친코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을 오가며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을 그리고 있다.
일본인들에게 파친코는 인생역전이라기보다 하루의 인생역전을 느끼게 해주는 사행성 게임이다. 돈을 넣고 작을 맞추면 게임에서 승리하게 된다. 기나긴 삶에서 인생역전은 쉽지 않겠지만 짧은 하루에서 인생역전은 가능할 것 같다는 것이 짧게 본 인생 관점이다. 오래전에 주머니가 넉넉했던 사람이 신탄진이라는 담배를 필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파친코는 논산에서 상당한 분량의 촬영을 했다고 한다. 연무읍 선샤인 랜드 내 1950 스튜디오와 드라마 세트장은 드라마 속에 그려진 관동 대지진, 1920∼1930년대 부산 영도와 오사카, 1970년대 일본경찰서, 1989년 도쿄 빈민가 등을 촬영하기에 좋은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하루가 시작되었다. 여전히 똑같아 보이는 하루 속에 격변기에 일본으로 넘어갔던 사람들은 결국 인생을 도박처럼 살아갔을 것이다. 파친코는 이렇게 먹을 식량이 그득하게 쌓여 있는 삶을 꿈꾸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동명의 장편소설 '파친코'를 원작으로 그려낸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더 걸어서 들어오면 한문으로 쓰여 있는 근대거리로 들어갈 수 있다. 파친코 속에서는 이민자 가족의 4대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미국에서의 삶과 일본인들에게 멸시를 받아가면서 살아갔던 그 당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현대의 콘크리트 혹은 철강구조물이 대세를 이루기 전에 근대의 문화는 이렇게 높지 않은 벽돌식 구조 혹은 석조 구조물이 대부분을 채우고 있었다. 논산의 세트장이면서 1950 거리인 이곳은 한적하지만 디테일하게 살펴보면 다시 그 삶을 조금은 엿볼 수 있다.
그 시대의 삶을 영화나 드라마로 보는 것 외에 직접 살아볼 수는 없다. 그렇지만 상상력과 보는 눈을 열어본다면 아주 잠깐 그 시대로 돌아가 볼 수는 있다.
오래간만에 비가 내려 이곳에도 생생한 거리의 모습이 살아나는 것만 같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뜻하지 않게 고향 부산을 떠나 일본으로 건너온 선자의 적막한 삶을 보여주며, 1980년대 일본에서 성공을 위해 뛰는 손자 솔로몬의 분투로 빈 공간을 채워 넣어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그려냈다.
파친코처럼 OTT 콘텐츠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이때에 논산 1950 드라마 세트장의 영화관과 같은 모습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사람은 항상 꿈을 꾸면서 살아간다. 지금보다 더 좋아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아주 작은 꿈의 틈새를 찾는 것이다.
논산 1950 근대역사 거리에는 옛날에 입었던 스타일의 옷들이 있다. 오래되었지만 서양과 일본 사람들의 관점으로 만들어졌던 옷은 아무나 쉽게 입는 옷이 아니었다.
조용히 걷다가 폐허가 된 듯한 건물 앞에 이르렀다. 하루의 시간이 지나가는 가운데 과거로 돌아간듯한 느낌을 느끼면서 완전히 먹구름이 지나가지 않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파친코는 솔로몬이라는 남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는 대신에 선자라는 여자의 과거와 현재에 집중해서 다시 그려낸 드라마다. 때로는 정말 단순한 만큼이나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그냥 걸어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