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승리

정기룡의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

필자도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식량이 부족했던 한국에서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도시락을 검사했다. 흰쌀밥만 싸오는 학생들을 골라내어 혼내기 위해 선생들이 검사를 했었던 것이다. 보릿고개라는 시기가 있었던 때였다. 지금이야 보리밥이 별미지만 흰쌀밥은 누구나 먹고 싶어 했던 밥이었다. 고깃국에 흰쌀밥이 부귀의 상징일 때가 있었다. 지금은 오마카세 정도를 점심, 저녁으로 먹어줘야 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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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의 섬진강가에는 이팝나무가 입하를 알리듯이 흰쌀밥 같은 꽃을 피우고 있었다. 입하 시기에 꽃을 피우기에 입하 나무라고도 부른다. 이팝나무의 이름은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이밥은 ‘이(李)씨의 밥’이란 의미로 조선왕조 시대에는 벼슬을 해야 비로소 이 씨인 임금이 내리는 흰쌀밥을 먹을 수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꼭 생김새가 이루는 꽃 모양은 멀리서 보면 쌀밥을 수북이 담아 놓은 흰 사기 밥그릇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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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가 흰 꽃을 피우고 있을 때 하동문화예술회관 아트갤러리에서는 정기룡 장군의 유품전이 열리고 있었다. 불멸의 기록을 향해 걸어갔던 정기룡 장군의 삶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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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전시 유품은 모두 30여 점인데 임진왜란 당시 전승의 신화를 기록한 '육전의 명장' 충의공 정기룡 장군의 유품으로 선조와 광해군이 내린 교지와 교서부터 시호가 적힌 책자와 장군이 사용한 옥대 등도 이곳에 있다. 정유재란에서 '60전 60승 신화'를 기록하며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하동 인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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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아주 유명한 병법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는 손자병법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에서 비롯이 된 것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로울 것이 없으나 나를 알고 적을 모르면 승과 패를 각각 주고받을 것이며 적을 모르는 상황에서 나조차도 모르면 싸움에서 반드시 위태롭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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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만나보면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을 제대로 아는 사람을 보지를 못했다. 스스로를 알기 위해서는 정말 큰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이 스스로를 모른다면 삶이 힘들어지는데 불과하겠지만 많은 사람을 이끄는 사람이라면 많은 사람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자신을 알고 왜군을 알았던 대표적인 사람으로 이순신과 정기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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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룡 장군은 1562년 음력 4월 24일 하동군 금남면 중촌리 상촌마을에서 태어났으며, 1622년 2월 28일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 중 통제영 진중에서 순국했다. 이곳에서 주로 만나볼 수 있는 유품은 교지 등이다. 정기룡 장군이 사용했던 진검이나 옥대, 시장, 매헌 실기 목판 등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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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지는 말 그대로 업무를 왕이 신하에게 지정해주는 것이다. 조선은 국초부터 국왕의 명령이 담긴 말을 ‘교(敎)’라고 칭하였다. ‘지(旨)’는 여기에 담긴 국왕의 의중을 의미한다. 조선 초기에는 ‘왕지(王旨)’라는 용어가 사용되다가 1435년(세종 17)에 교지를 사용하도록 최종적으로 확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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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온전하고 평온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타인에 대해서 알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끊임없이 상대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관계가 밀접하던 느슨하든 간에 상대를 두고 삶을 영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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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의공이라고 불렸던 정기룡 장군이 세상을 떠난 지 400년이 되었다. 자신을 알고 상대를 알면 위태롭지 않듯이 정기룡 장군은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를 할 수 있었다. 정기룡은 1622년 2월 8일 61세를 일기로 통영의 진중에서 순직했으며 그의 시신은 충의사(忠毅祠)에 안장되었다. 교지, 유서, 옥대, 신패 등 6점은 1980년 8월 23일 보물 제669호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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