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그녀가 신었던 신발이 궁금해지는 날

모든 철학적인 관점은 호기심에서 시작한다. 왜 그럴까. 왜 그렇게 생각할까. 왜 저렇지. 등등 세상은 때론 이해가 안 가는 것투성이다. 먼저 생각하고 그다음에 믿으면 앞에 보이는 것이 가시적으로 되며 꿈을 꿀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행동으로 옮기면 이루어진다. 사람들은 먼저 꿈을 꾸고 행동으로 옮기기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무언가 생각하고 싶을 때 간혹 회덕에 자리한 메타쉐콰이어 숲을 찾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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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녹음이 쭉 펼쳐져 있는 것이 이곳의 매력이다.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그냥 이 자체가 좋은 곳이다. 게다가 조형물도 많지 않다. 그냥 신데렐라가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조형물 두어 개만 놓여 있을 뿐이다. 우리는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그녀가 얼마나 오랫동안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묵묵히 살았는가를 주목하지 않는다. 왕자를 만난 것에만 주목을 한다. 그녀가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삶이 옳은 길을 향해서 갔기 때문이다. 그렇게 축적된 그녀의 인생은 쉬운 선택만을 하며 살았던 계모의 딸들과 전혀 다르게 채색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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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에서 그려진 신데렐라는 이렇게 보는 장면처럼 아름답지만 실제 스토리는 다르다. 그림형제의 신데렐라에서는 신데렐라에서 멋진 옷과 구두를 가져다줘 그녀를 변형시키는 존재는 요정 할머니가 아니라 어머니 무덤 위에서 자란 개암나무로 나온다. 그녀가 신었던 유리구두는 원래 황금 구두였다. 유리구두나 황금 구두나 사람이 신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겁내 불편하고 아펐을 텐데 그걸 감내할 이유가 있었을까. 필자라면 황금 구두는 들고 맨발로 집에 갔을 것 같다.


그림형제에서의 왕자는 솔직히 바보 같은 사람이다. 첫눈에 반해서 춤을 추었던 여자를 몰라보고 황금 구두에 맞추기 위해 엄지발가락과 뒤꿈치를 잘라낸 두 언니를 선택한다. 속된 말로 눈깔이 삔 왕자였던 것이다. 그들의 정체를 알려 준 것은 비둘기들로 나중에 이 비둘기들은 신데렐라의 결혼식에 참석한 두 언니의 눈을 파먹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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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곳은 양쪽으로 지나가는 차량의 소리만을 제외하고 평온한 곳이지만 있는 그대로의 자연적 세계는 생각만큼 부드럽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곳에 들어오면 마치 바깥 세계와 단절된 듯한 느낌을 주게 한다. 이곳의 특징이 그런지 아니면 하늘 높이 솟아 있는 메타쉐콰이어 나무가 그런 느낌을 주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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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낳아준 엄마를 일찍 보낸 신데렐라는 결국 바깥으로 밀려난 사람의 삶이다. 우리는 바깥으로 밀려난 사람에게 아무런 관심을 주지 않는다. 보려고 하지도 않고 마치 투명인간처럼 생각한다. 물질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자연의 가치를 자주 잊곤 한다. 신데렐라의 내면에는 자연이 숨기고 있는 축복과 보물을 알아보고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자연이 주어지는 모든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을 그릴 때 마치 마술처럼 서술해나간 것이 신데렐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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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쉐콰이어 나무는 사라진 나무였다. 마치 고대 켈트족의 신목이었던 헤이즐넛(Hazelnut)과 닮아 있다. 고소하고 단맛의 열매를 맺는 것이 바로 헤이즐넛으로 얼굴이 너무나 아름다웠던 공주가 자신의 얼굴이 흉하게 된 다음 탄식을 하다 죽었는데 공주의 무덤에서 난 나무가 바로 개암나무라고 한다. 개암나무가 바로 헤이즐넛이다.


양쪽을 보는 사람이 많지가 않다. 한쪽만 보고 한쪽으로만 생각한다. 신데렐라는 재투성이 소녀였지만 밤이 되면 황금 구두를 신은 소녀로 변신한다. 그녀는 힘든 재투성이의 세계도 알고 황금 구두의 세계도 안다. 왜 그녀의 두 언니는 황금 구두가 맞지 않았을까. 재투성이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했고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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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쉐콰이어의 공간을 돌아보고 나오는 길에 헤이즐넛을 마시고 있는 여인을 보았다. 봄의 향기가 날 것 같은 나무 아래에서 헤이즐넛을 마시는 것을 보니 자연스럽게 모든 것이 연결되는 것만 같다. 대한민국에서는 경상북도 포항시에서 화석이 발견된 회덕의 메타쉐콰이어는 1946년 자생지에서 다시 채집된 표본을 검토한 H-H. Hu는 이를 Metasequoia로 동정하여 신종으로 학계에 발표한 것으로 메타세쿼이아 속의 현존하는 유일 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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