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의 자연소리가 들리는 송정 솔바람 해수욕장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지구 상에서 힘들다고 생각하는 존재들은 인간들뿐이 없다. 오히려 자연은 더 좋아졌고 기후위기는 조금 늦추어졌으며 자원은 덜 사용되었다. 굳이 가지지 않아도 될 것을 가지려고 하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것들을 해왔던 인간들의 세상에 브레이크를 건 것은 바로 코로나19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성숙해지지 않는 것이 인간이라는 것을 요즘 더 많이 느낀다.
이제는 남해 쪽으로 많이 가보는 편이다. 남해군에 자리한 송정 솔바람 해수욕장은 탁 트인 풍광과 은빛 모래, 소나무 숲이 함께하는 곳이다.
비가 갠 후의 여름날, 번뇌처럼 차 위에 쌓여 있던 먼지들이 사라진 모습을 보게 된다. 새로 돋아난 초록 솔나무 이파리는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싱그런 향기를 내뿜어 솔바람을 만들어준다. 이곳에서 그 청정함을, 그 향기로움을, 그 바람 소리를 한껏 조용히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야말로 비가 갠 아름다운 여름날에 우리가 할 일이다.
남해나 제주도를 가면 야자수들을 볼 수 있다. 팜유는 바로 야자수의 열매로 만들어지는 기름이다. 조금 이른 시기에 찾아온 덕분에 고요하게 이 시간을 온전히 보낼 수가 있었다.
한때는 철학책에서 길을 찾았고, 한때는 예술에서 길을 찾았고, 한때는 세계 명저에서 길을 찾으면서 살아왔다. 때로는 자연 속의 시 속에서 길을 찾았고, 이렇게 솔바람소리에서 길을 찾기도 한다.
남해로 흘러내려가는 물조차 깨끗한 곳이다. 위에서 내려오는 물길이 아래 바다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 이 물길이 어디로 가는지 천천히 쫓아 가본다.
그렇게 생긴 물길이 모래를 양분하고 켜켜이 쌓인 모래의 사이로 흘러내려가고 있다. 인간이 자연에게서 거저 얻지 않고, 스스로의 정신으로 만들어낸 수많은 세계 중 가장 위대한 것은 바로 책이라는 세계라고 한다. 생각의 깊이를 더해주는 것이 책이다. 자연과 책은 서로를 보완해주는 듯하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해서 얼마나 생각하고 있을까. 개개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실내에서 금연이 법제화되었지만 어떤 사람들은 술집에서 다른 사람은 배려하지 않고 담배를 피운다. 그런 사람이 과연 성숙한 사람일까.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
독서란 단순히 백 권, 천 권의 베스트셀러를 읽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관심과 필요에 따라 책을 한 권, 한 권 읽고 간직하는 것이다. 무엇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지에 따라 개개인이 느끼는 것은 달라진다.
확실히 남해의 바다는 서해보다 맑다. 사람이 덜 찾아오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서해보다 바닷물이 많이 담겨 있기 때문에 오염이 정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있다.
남해군 송정 솔바람 해수욕장을 거닐면서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탈진실(post-truth) 시대에 믿음이 진실을 대체해버리고 있다. 조용할 때 다른 사람의 말이 들리기도 하는데 자신이 직접 확인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진실처럼 이야기하는 것을 수없이 보아왔다.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말하고 할 줄 모르면서 할 줄 안다는 사람이 참 많다. 인간의 이성을 망가뜨리는 확증 편향, 의도된 합리화등은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지만 이곳의 솔바람은 분명히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