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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15. 2016

피카소의 할리퀸

할리퀸은 인간의 숨겨진 광기

비록 필자를 비롯하여 상당수의 관객들에게 혹평을 받기는 하지만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기존의 히어로 작품들과 그 길을 달리하며 만들어진 작품으로 의미가 있다. 나쁜 놈들 여럿 모여서 좋은 짓거리를 하고자 하는 작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제정신이 아닌 캐릭터들을 모아놓고 한 경우는 영화계에서는 거의 없었다. 필자가 DC 코믹스에서 등장하는 할리퀸은 만나본 적이 없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로 처음 접해보았을 뿐이다. 배트맨에서는 할리퀸 같은 매력적인 여성 악역이 여럿 등장하는데 그중 한 명이다. 


할리퀸은 인간의 도덕적인 관념에서 벗어난 인물이다. 마고로비가 연기한 할리퀸도 평범하지 않았지만 실제 할리퀸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인간이라면 자제해야 할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어릿광대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여성편력으로 유명한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중에서 할리퀸이 있는데 실제 파블로 피카소는 서커스에 나오는 할리퀸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자신의 분신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이니 그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예상할만하다. 


필자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나오는 할리퀸을 보면서 사랑하는 남녀의 심리를 제대로 표현하는 캐릭터가 아니었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랑을 하는 남녀는 제정신이 아니다. 아무리 자신의 페이스로 조절하려고 해도 조절이 안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려고 해도 대체 왜 그런지 알 수가 없다. 조커와 사랑을 나누는 할리퀸은 미친 악당 이기전에 사랑에 미친 여자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그런 존재다. 


우리는 그런 사랑을 꿈꾸는가? 제어가 안되고 사랑 외에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 말이다. 눈에 광기가 돌고 그들에게 정상이란 것은 그냥 사회적 규범일 뿐 아무런 영향도 못 미치는 그런 사랑 말이다. 그래서 남녀 간의 사랑은 당사자가 아니고는 누구도 조언할 수 없다. 

할리퀸과 조커의 공통점이라면 돈에 대해 자유롭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하는 캐릭터들이다. 인생관이 뚜렷하다.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에서 벗어나 있기에 다루기 어렵고 예측이 불가능하다. 사랑은 희생의 힘을 가지고 있다. 희생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만화나 영화 속에서 할리퀸은 매우 영리하다. 만약 조커가 철학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그를 선택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피카소는 할리퀸이라는 작품을 러시아 발레리노 레오니드 마신을 모델 삼아 그렸다. 그리고 그의 수많은 여자들 중 하나인 올가 역시 발레단의 발레리나였다. 이 할리퀸이라는 작품은 바르셀로나 미술관협회에 기증되었는데 지금은 피카소의 작품 중 가장 중요한 컬렉션으로 알려져 있다. 


피카소는 원래 아내를 여러 명 두기를 희망한 사람이었다. 10대 시절에 이미 매춘부와 놀아나기도 했으며 사귀었던 여자들을 차갑게 내치기도 했다. 그 사람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어딘지 모르게 조커와 닮아 있다. 


사람들은 사회통념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손가락질한다. 할리퀸은 그런 통념에 자유롭다. 그리고 자신이 편한대로 마음 내킨 대로 부수고 때린다. 할리퀸은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그 욕망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기에 매력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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