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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10. 2022

직지사 (直指寺)

물이 흐르는 것처럼 마음도 그러길...

세상 모든 것에는 양과 음이 있고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다. 일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앉아야 하고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뒤로 물러섬이 있다는 것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랑의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슬픔이 얼마나 힘든지도 알아야 한다. 세상에 행복한 것만 있다면 행복이라는 자체는 아예 없었던 것이다. 욕심(탐), 성질(진), 어리석음(치) 중에 하나만 있어도 괴로운데 이 모든 것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하려는 것과 보려는 것 외에는 보지 않는 것에 있다. 

요즘은 색채가 진하고 풍요로워 보이는 풍경들이 펼쳐진다. 우리는 4만 4,000여 점이 넘는 그림과 조각들을 남긴 피카소가 원래부터 특유의 추상미술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는 대부분의 그림을 동시대의 다른 화가들과 비슷한 풍의 그림을 그렸다. 그렇지만 최악의 환경에서도 그는 오로지 그림만을 그리며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갔다. 

한 사람이 신화가 되기까지 얼마나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다름의 길을 걷는 창작은 항상 고통을 수반한다. 고통 없이 거기까지 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사람은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스스로의 고통스러움을 수반하는 길을 걷고 있다면 남들과 다른 모습이 되고 싶다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직지사로 들어가 보는 길이다. 김천을 지나가면서 매번 직지사의 이정표만 보았다. 잘 알려진 사찰이라는 것도 알고 역사적인 의미도 알고 있었지만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그냥 지나치기만 했다. 

645년 자장율사가 중창한 이래로 930년, 936년에 천묵대사와 능여대사가 각각 중창하여 대가람이 되었으며 조선시대에는 사명대사가 출가하여 득도한 절로도 유명한 사찰이 직지사다. 현재 경내에는 대웅전을 비롯하여 비로전·약사전·극락전·응진전·명부전 등이 남아 있다.

종교에 구애받지는 않지만 믿음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확신에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믿음과 신뢰라는 단어를 모르고 자기에게로 이르는 과정의 길은 없다. 

직지사에는 중요문화재로는 금동6각사리함(국보 제208호), 석조약사불좌상(보물 제319호), 대웅전앞3층석탑 2기(보물 제606호), 비로전앞3층석탑(보물 제607호), 대웅전삼존불탱화 3폭(보물 제670호), 청풍료앞삼층석탑(보물 제1186호) 등이 남아 있다. 

도시와 동떨어진 공간에 자리한 직지사와 같은 사찰은 여유가 있다. 지금은 사라진 신라시대의 대장경이 이곳에서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기록으로만 남아 있다. 대장경 역시 사람의 기록이며 글자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도 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동영상은 아무리 보아도 사람의 정신을 진보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직지사는 주변에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어서 더욱더 편안한 느낌이 드는 사찰이다. 방향도 없이 그냥 이곳저곳을 거닐어보아도 좋은 곳이다. 어디선가 물이 흐르는지 물이 흐르는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올해의 부처님 오신 날은 불기 2566년이다. 사찰에서 하는 6가지 공양을 부처님 앞에 올리는 육법공양은 명종을 울리고, 희생과 해탈을 의미하는 향, 광명 지혜를 의미하는 등, 수행을 의미하는 꽃, 깨달음을 의미하는 과일, 청량함을 의미하는 차, 기쁨과 환희의 쌀 등이다. 

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직지사의 한 공간에 서서 바라보았다. 오감으로 향을 맡고 밝게 보는 눈과 아름다운 것을 느끼는 것, 제철에 먹는 과일과 마시는 한 잔의 차가 어울리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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