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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02. 2022

생각의 화암사

말의 의미와 글의 가치를 생각해야 할 때.

타인은 고통이다라는 말은 왜 나왔을까. 사람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회 속에서 산다는 것은 아무리 혼자 고요하게 살고 싶어도 타인과의 상대적인 관계 속에 얼마든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타인이 말을 내뱉을 때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생겨날 수 있다. 말이란 겉으로 드러난 것으로 인식된다. 뉘앙스나 상황, 상대적인 것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어떤 의도가 내포되어 있지 않았더라도 전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말이라는 것은 가볍게 생각하면 깃털처럼 날아다니고 무겁게 생각하면 10미터의 수심에 잠겨 있는 것처럼 잘 드러나지 않는다. 성격이나 기분에 따라 툭툭 던지는 깃털 같은 말은 그 사람을 가볍고 낮게 내려다보게  만든다. 나이가 들었는데도 그런 태도가 있다면 그건 사회관계에서 문제를 만든다. 본인은 자신은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 말하지만 모든 문제의 시작이자 중요한 것이 말이라는 것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예산의 화암사는 통일신라대에 만들어졌다는 고찰인데 큰 사찰은 아니다. 그렇지만 다양한 생각과 고민을 해볼 수 있는 곳이다. 추사 김정희가 큰집으로 양자가 되어 가기 전에 할머니를 따라 자주 다녔던 사찰이었기에 추사 김정희가 자신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추사 김정희는 스승인 담계 옹방강으로 받은 탁본 글씨인 시경을 이곳에 새겨두었다. 시경은 말로서 만들어내는 좋은 경치다. 

화암사는 추사의 증조부였던 월성위 김한신이 조선 영조의 부마가 되었을 때 별사전으로 분급된 일대의 전토가 포함되어 있던 곳이었다. 추사 김정희는 글을 잘 썼던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데 쓰인 글은 말보다도 더 오래간다. 말은 정제되지 않지만 글은 기본적으로 정제되어 쓰이기 때문이다.  

추사는 이곳을 자신의 이상향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하는데 화암사가 위치한 산은 용산으로 오석산과 앵무봉으로 이루어진 산이다. 화암사는 작은 정원과 고택이 어우러진 사찰이다. 글들이 있어서 더 좋은데 깨달음이 수준을 넘어서 가르침을 주고 자신의 잘못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그런 스승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뒤로 서 있는 병풍바위에는 추사 김정희의 글들이 있다.  존재를 중시하는 삶의 방식은 소유에서 행복을 찾지 않는다. 소유의 성장은 무한으로 할 수 없기에 선택적 성장을 해야 한다. 부족한 것이 없이 살았던 추사 김정희도 고난을 통해 성장하고 성찰할 수 있었다. 성찰은 자각적 개인으로 하여금 자시느이 정체성과 주체성을 만들어주는 궁극적 모태다. 

화암사에 자리한 꽃들 중 장미꽃도 보이는데 잘 다듬어진 장미와 달리 자연의 모습 그대로였다. 작은 것은 자유롭고 효과적이고, 효과적이며, 편하다는 말이 이해가 될 때가 있다. 말이 가벼우면 결국 그 굴레가 자신을 무겁게 만들며 말이 무거우면 굴레가 없어져서 자신이 가볍게 된다.  

화암사에 쓰여 있는 추사 김정희의 글도 읽어보고 시경이라는 책 혹은 그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며 걸어서 내려간다. 

풍요로워지는 시간이 언제 올진 모르겠지만 모내기를 끝낸 논은 가을을 먼저 연상하게 만든다. 시경처럼 말로 만드는 좋은 경치를 못 만들지언정 말로 문제를 만들고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게 되는 그 선택이 과연 현명했는가를 생각해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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