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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사람, 꽃, 청보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연하게 찾은 공간의 작은 서점에서 한 권의 책이 눈에 뜨였다. 버지니아 울프라는 사람으로 생전에도 작가, 여성운동가로 엄청난 명성을 얻었으나 그녀 자신의 개인적 삶은 힘겨웠던 길을 걸었던 사람이다. 사람을 보면 의식의 흐름이 보이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예민하고 우울한 얼굴의 여류 작가였으며 아버지의 방대한 서재를 이용하는 학구적인 분위기에서 문학적 소양을 갖추고 자랐지만 적어도 행복한 삶보다는 영원히 자신의 길을 찾다 마침표를 못 찍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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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꽃과 청보리의 어울림이 있는 면천이다. 진달래, 개나리는 봄을 상징하는 꽃인데 느낌은 다르다. 개나리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흐드러진 길가의 꽃 같은 느낌이라면 진달래는 서정적이면서 시로 표현하기에 좋은 꽃이다. 개나리를 밟고 가라고 하는 그런 표현보다는 진달래는 즈려 밝는다는 표현이 어울린다는 것은 그냥 기분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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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버지니아 울프가 있었다. 그녀는 글을 쓰고 싶었던 사람이다. 여러 잡지에 무명으로 서평을 실으면서 작가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 그녀는 글을 쓰기 위한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도 결혼 생활 내내 수차례 자살을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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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어떤 것일까. 꽃에 성별은 없다. 남성도 아니고 여성도 아니다. 그렇지만 여성에 비유되는 경우가 많다. 왜 여성만 꽃을 선물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까. 이제 남자들도 모여서 운동을 할 때가 되었다. 남자들도 꽃을 받을 충분한 이유가 있으며 자격이 있다. 그러니 여자들이여 꽃을 사서 선물해달라고 말이다. 동참해줄 남자가 별로 없을 것을 알면서도 그냥 떠들어 본다. 그렇다고 해서 남자에게 꽃을 받고 싶은 남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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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꽃, 청보리의 공통점은 바로 피어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언제가 피어났는지는 주변에서 말하기도 하지만 결국 스스로가 알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가 피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피지 않은 것이다. 지금 보고 있는 이 꽃은 피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때가 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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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보리가 무르익어가는 면천의 모습니다. 이곳에 보리를 왜 심었는지는 누군가를 잡고 물어볼 수가 없어서 사진만 찍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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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의 면천이라는 지역명은 내가 흘러 가득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지역의 서북쪽에 있는 고산(高山)에서 많은 내〔川〕가 흘러내리고 있다는 의미다. 선조 때 지변(地變)으로 5개 면의 육지가 바다로 변하여 주민들이 실의에 빠지자,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매 윤년(潤年)마다 기지시(機池市) 마을에서 줄다리기를 실시했는데 그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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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는 살아생전에 글을 쓰는 사람으로 명성을 얻었으나 평생 불안 증세와 신경쇠약에 시달리며 살았다. 극과 극을 오가는 자신의 감정을 끝내 버텨내지 못하고 1941년 2월 마지막 작품 '막간'을 탈고한 후 버지니아는 남편에게 편지를 한 통 써 두고 산책을 나가 우즈 강에 투신해 자살했다. 그녀 편지의 마지막은 이렇다.


"누군가 나를 구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당신이었을 겁니다. 당신의 호의에 대한 확신 이외의 다른 모든 것이 나를 떠났습니다. 나는 당신의 인생을 더 이상 망치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어떤 두 사람도 우리들보다 더 행복할 수 있으리라고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버지니아 울프는 사랑이 무엇인지는 알았지만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삶이었다. 그런 삶에 글이라는 고통이 더해져 스스로를 버텨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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