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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12. 2022

공간 다 잇다.

오래된 건축과 공간의 가치를 발견하는 일

오래되면 모두 어딘가가 약해지고 문제가 생긴다. 지인에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장애를 가지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아무리 에너지가 넘치더라도 신체에서 약한 부위는 언젠가는 문제가 생긴다. 신체의 복원력 역시 떨어지는 것이 노화의 한 과정이기도 하다. 사람의 몸에서 겉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 부위는 바로 머리다. 머리야 말로 꾸준하게 생각하는 습관과 배움을 멈추지 않으면 계속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모든 것이 하나가 좋았지만 다른 하나는 안 좋아진다. 바꾸어 말하면 다른 하나가 안 좋아지면 어떤 것은 좋아진다는 의미다. 

해외여행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치솟는 기름값은 사상 최대의 유류할증료와 함께 찾아왔다.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서 미칠 정도는 아니라서 굳이 가지는 않고 주변에 소소하면서 가치 있는 공간을 찾아보는 중이다.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수출하고 있지도 않은데 한국의 물가는 심상치 않다. 올해 하반기가 걱정이 된다. 이미 화폐가치가 종이가 되어버린 저개발국가의 국민은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어디 보자. 대전역 뒤편에 자리한 소제동을 오래간만에 찾아왔다. 사람 성향에 따라 보수적이 되기도 하고 진보적이 되기도 한다. 땅이나 집을 가진 사람들은 보수적이 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물리적인 공간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그만큼 지금까지의 방향성에서 자유롭지가 않다. 

소제동은 마치 필리핀의 도심을 돌아다니는 느낌을 주게 한다. 물론 언어는 한국어를 사용하지만 영어를 사용해도 좋다. 대신 두꺼운 얼굴과 생각지도 못하게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당황스러울 수 있다. 

이곳의 공간은 동떨어진 곳이 아니다. 대전의 구도심과 신도심을 이어주는 공간을 이어주는 곳이기도 하다. 오래된 것은 별로 좋지 않은 것이라는 것은 오랜 시간 자리 잡아왔지만 여전히 건축물은 오래된 것의 특별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노동의 가치와 배움의 가치를 어떤 관점으로 보는지 생각해야 되는 때에 와 있다. 각자의 방식으로 노동을 한다. 일을 한다는 것은 곧 그 일이 즐거워서, 잘할 수 있어서, 그리고 그 일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데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꽃이 피는 것과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는 것은 자연의 섭리 혹은 경제의 논리라 일컫는 현상이기도 하다. 그런 것을 진보 혹은 변화라고도 한다. 쇠락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쇠락을 진보라고 이야기하지도 않지만 적어도 새롭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인간의 능력이기도 하다. 

각기 오래되어 쇠락한 집들이 새롭게 재탄생하고 있다. 공간을 다 잇기 위해 필요한 진보의 과정이기도 하다. 한자리에 가만히 있어보면서 주변을 돌아보자. 형형색색의 의자, 그림,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사람들의 웃음, 들어 올린 찻잔 등 힘차게 샘솟는 삶에 대한 모습들이 보인다. 

동남아 국가로 여행을 가면 이런 모습의 건물들이 허다하다. 한국에서 그것도 대도시에서 이런 모습을 보기란 쉽지가 않다. 재빨리 모두 부숴버리고 무언가를 지으려고 하니까 말이다. 때론 그냥 이런 모습의 건물들이 어떻게 바뀌는지 지켜보는 것도 즐겁다. 

한쪽에는 오래되어 누군가가 꾸며주었으면 하는 건물과 반대편에는 사람의 손이 닿아서 사람들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감히 말해보건대, 도시와 공간은 결코 쇠락하여 없어지지는 않는다. 겨울잠이라던가 쇠퇴한 지역이라는 표현도 맞는 말이 아니다. 그저 한 계절에서 다른 계절로 들어선 것에 불구하다. 사람만이 계속 스쳐 지나갈 뿐이다. 공간의 변화를 가만히 보며 그 느낌을 살려보자. 문득 말을 걸어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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