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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12. 2022

색깔의 요리

식재료를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이란. 

식재료가 있으면 심적인 부담이 따라온다. 저 싱싱한 재료를 그냥 놔둔다는 것은 마치 삶의 직무유기를 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강진에서 온 매우 싱싱한 파프리카를 그녀들에게 나누어주었지만 정작 필자는 그 파프리카를 외면하고 있었다. 아일랜드 식탁에서 자신을 그대로 둘 거냐면서 계속 눈치를 주는 것도 이제는 한계가 왔다. 그래서 아주 간단한 요리를 하기로 했다. 최소한 마음의 짐을 내려놔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진의 물이 싱싱해서 그런가 파프리카가 원래 그런지 몰라도 싱싱함이 꽤나 오랫동안 유지되었다. 그것도 상온에 두었는데도 요리로 활용할 그 순간을 끝내 기다리고 있었다. 피망을 달고 과육이 많도록 개량한 것으로 서양에서는 Sweet pepper라고 부른다. 유럽에서는 초록, 노랑, 자주, 검정, 주황, 빨강, 흰색 등 8~12가지의 다양한 품종이 이용되나 국내에서는 주로 노란색, 주황색, 빨간색, 초록색이 소비되는 것이 파프리카다. 

뭐 별거 없다.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고 향신료 위주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기름과 버터... 그리고 올리브 등을 준비했다. 소금도 대충 뿌리고 통후추도 갈아 넣었다. 

그리고 파프리카를 익혀주기 시작한다. 파프리카는 정말 다양한 크기와 모양으로 생산되고 있었다. 보통은 펑퍼짐해 보이는 파프리카만 보다가 여러 모양의 파프리카를 받으니 기분이 조금 묘하다. 

집에 있는 약간의 재료도 모두 넣어서 익혀주면 이제 끝이 났다. 

아마도 식재료중에 가장 원색에 가까우면서도 아삭하고 달달하고 어디에도 어울리는 식재료가 파프리카가 아닐까. 다음번에는 파프리카가 계속 쳐다보고 있으면 다른 과일과 섞어서 주스를 만들어서 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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