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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03. 2022

여름의 맛 물회

탄소 줄이는 여행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세상에 살아 있는 존재는 어떤 모습으로 형성되는가. 탄소라는 것은 지구의 역사뿐만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와도 함께 해왔다. 탄소로 인해 우리는 연대측정도 할 수 있고 따뜻하게 살 수도 있고 온갖 먹거리를 쉽게 접할 수도 있다. 아무렇게나 탄소를 계속 배출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과거와 달리 어~ 이게 문제가 되는구나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단단하고 투명한 귀금속 다이아몬드도 탄소가 어떤 구조로 압축되느냐에 따라 만들어지게 된다. 

우리는 많은 음식을 조리해서 먹는다. 조리를 하기 위해서는 탄소가 자연스럽게 배출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모든 것을 생식으로 먹어야 할까. 그건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영양소의 상당 부분은 조리해서 먹을 수 있는 것에 나온다. 

탄소가 가장 적게 나올 수 있는 여행이라면 현지에서 그냥 생으로 먹는 것이지 않을까. 조리할 필요도 없고 어딘가로 이동하기 위해 운송수단을 사용하는 것도 제한적이다. 그렇다면 현지에서 생으로 먹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은 바로 해산물이나 회다. 

바닷가를 가면 그 주변에서 잡아온 것들로 먹거리를 내놓는 식당이라고 해야 하나 노포, 무점포라고 해야 할까. 바닷가에서 먹는 해산물은 나름의 매력이 있다. 오독오독한 맛과 묘한 바다의 향기가 어우러지는 맛이다. 이렇게 먹으면 탄소를 덜 배출하는 것일까. 

거제에서 물회를 주문해보았다. 회가 듬뿍 들어간 만큼이나 가격대도 있는 편이다. 꽤나 맛이 좋다. 여러 물고기의 회가 섞여 들어갔는데 다양한 야채와 함께 양념이 자극적이지 않다. 역시 여름의 맛인 물회가 돌아오고 있었다. 

보통 물회는 세 번에 나누어서 먹는 즐거움이 있다. 먼저 나오면 물회의 양념과 회가 잘 어울리는지 한 수저를 떠먹어본다. 적당하게 입맛에 맞는다고 생각하면 국수를 넣어서 먹기 시작한다. 국수는 물회의 육수를 잘 흡수해서 후루륵 먹는 즐거움이 있다.  

얼음을 과도하게 넣는 물회보다는 적당하게 시원하게 숙성된 육수에 담겨 나오는 것이 맛이 더 좋다. 특이 이곳은 야채가 많아서 좋다. 

국수를 다 먹고 나면 따뜻한 밥을 넣어서 먹는 물회 맛은 묘하게 좋다. 똑같이 비교할 수는 없지만 라면의 면을 다 먹고 나서 차갑게 식은 밥을 넣고 먹는 것과 반대의 느낌이랄까. 모든 맛은 색다름에서 다른 맛을 느끼게 된다. 차가운 것에 따뜻함이 들어갔을 때와 뜨거운 것에 차가운 것이 들어갔을 때 맛이 좋다고 느낄 때가 있다. 아무렴 어떻겠는가 탄소를 조금 줄였다는 생각이 들면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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