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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21. 2016

현대판 주홍글씨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새겨진 이름

주홍글씨라는 작품은 너대니얼 호손이라는 작가가 쓴 첫 장편소설이다. 


유럽인의 이민 러시가 이어질 때의 미국이라는 나라는 성적으로 상당히 제약이 심한 청교도의 나라였다. 주홍글씨는 그 당시 인간의 자유를 억압했던 종교사회의 보이지 않는 폭력을 그린 소설로 누군가와 간통한 여자가 어떤 인생을 겪게 되는지 적나라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주홍글씨가 새겨진 헤스터 프린은 매우 매력적인 여성이다. 주홍글씨인 A의 원래 의미는 Adultery라는 표식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Able이라는 의미로까지 변화한다. 강인한 여성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사회에서 터부시 하는 것을 이겨낼 수 있는 여성만이 자유를 쟁취할 수 있다는 그런 느낌도 든다. 


사실 주홍글씨는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한 모티브일 뿐이다. 주홍글씨라는 작품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많지만 주홍글씨가 가진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국사회는 낙인을 찍지 않는다고 하지만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해 선입견을 넘어서 주홍글씨라는 낙인을 찍기까지 한다. 


범죄자들의 주홍글씨


법치사회가 금하는 행동을 하여 그 사람에게 벌을 주기 위한 합법적인 방법은 바로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다. 다행히 집행유예만 받게 된다면 다행일지 모르겠지만 교도소에서 형을 살고 나온 사람들은 일명 별이 붙는다. 군대에서 붙는 별은 명예로 여기지만 전과로 인해 생기는 별은 사회에서 낙인이 된다. 사실 성에 관련한 것이나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제외하고 관리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 전과자와 일반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도 볼 수 있다. 


어떤 사람과 이야기하다가 전과자 이야기가 언급이 된 적이 있다. 상대방은 사람들이 구분할 수 있도록 사기, 성폭력, 살인, 강도 등의 구분 표식을 두어 팔등에 표시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그래야 무고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겠냐는 주장이었다. 어떻게 보면 타당해 보일 수 있다. 최근 전과자들의 재범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적지 않게 생겼으니 어느 정도 효과는 볼 수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한 번 범죄를 저질러서 전과자가 된 사람에게 이런 가정이 있어야 한다.


"우연이든, 자유의지이든 간에 한 번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반드시 범죄를 저지른다는 가정 말이다." 


매우 바람직하게(?) 살아서 자신이 생각했을 때 한 번도 틀린 선택을 하지 않은 자기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라면 강하게 주장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이 모여사는 사회는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매우 복잡하다. 그렇기에 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법이 복잡하고 모든 가능성에 대해 더 많이 간여할수록 변호사들만 좋게 된다. 무언가 만드는 것은 사람이기에 그만큼 빈틈도 생긴다. 법조인들이 하는 일이 그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일이다. 


특정 범죄를 저지르고 사회에 복귀한 사람들에게 부착되는 전자 발찌로 인해 찬반 여론이 나뉘고 있다. 대부분 찬성이지만 형을 살고 나오는 전과자에게 또 한 번의 형벌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 사람을 믿을 수가 없다면 차라리 교도소에서 조금 더 잡아두고 있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 사람의 성향에 기인하여 재범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회에 내보내는 것은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다. 


한글마을 vs 영어마을


분당에서 일하는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분당 근처에 사는 사람이나 강남에 사는 학생들은 사는 곳에 따라 그룹이 갈린다는 이야기이다.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해서 자세히 물었더니 실상은 이러했다. 한글로 불리는 아파트 단지는 지은 지 오래되었으면서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곳이며 영어로 불리는 아파트 단지는 지은 지가 얼마 안 되었고 한글마을에 비해 비싼 아파트를 말한다. 학교에서는 이 두 곳에 사는 아이들끼리 따로 모여 그룹을 이룬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들(특히 영어마을 쪽)조차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말라고 자식에게 말하고 있다. 


사는 지역으로 구분하는 것은 이미 오래된 한국사회에 고질병중 하나다. 정확히 말하면 주변에 비해 땅값 비싸고 아파트값 비싼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그 외의 사람들에게 마음속에 주홍글씨를 새기는 셈이다. 이건 선입견과 다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열심히 노력해서 그만큼의 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태어나는 것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다. 언제부터인가 자신이 태어난 환경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사는 것이 훨씬 어려워졌다. 마치 조선시대에 양반을 비롯하여 일반 백성까지 과거에 응시할 수 있었지만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되어가고 있다. 그나마 공평한 것은 단 하나 공무원뿐이다.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특별하지 않다면 마음 편하게 정년의 나이까지 직장을 다닐 수 있는 길은 공무원이 거의 유일무이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 사회의 문제점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람들이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주홍글씨이다. 특정 집단이나 계층,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새기는 주홍글씨는 사람들 사이에 벽을 만들고 그 사람의 가능성까지 제한한다. 


남자과 여자에 대한 주홍글씨


한국사회가 남자 혹은 여자가 아니라 한 명의 인간으로 보고 있는가.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나 이성에 대해 특정한 성향을 지난 사람들은 일부이다. 그 일부를 가지고 마치 전체인 것 마냥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 세상이 변했는데 사람들은 아직도 과거의 관념에 매어 있고 부모님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남자는 모든 것을 다 바쳐 가족을 먹여 살려야 되는 존재가 아니며 여자 또한 집안일만 하며 남자를 뒷바라지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냥 평등하게 생각하면 된다. 세상에는 힘으로 하는 일보다 머리로 하는 일의 비중이 훨씬 많다. 누가 누구를 책임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로 시작해야 한다.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점점 더 첨예화되고 있는 듯하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적어도 한 개 이상의 주홍글씨가 있다. 평생 지워지지 않는 낙인처럼 따라다니기도 하고 때론 운 좋게 지워지기도 한다. 지워지지 않을 주홍글씨를 지우기 위해 사람들은 참 많은 노력을 한다. 누군가 혹은 사람들이 새겨놓았을 주홍글씨가 더 선명해지는 것은 본인이 그 표식을 지우기 위해 발버둥 칠 때다. 


필자 역시 여러 가지 의미의 주홍글씨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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