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의 중촌동 작은 미술관 골목길
일본을 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전철이나 버스를 탈 때 이정표에서 '~마치'라는 표현이다. 때론 '초'라고도 읽는다. 이는 한자인 정(町)을 일본어로 표현한 것이다. 정은 행정구역 중 하나로 한국과 비교하면 웁이나 군과 비슷한 단위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정의 인구는 대개 5만 명 이하이고 5만 명이 넘으면 시로 승격된다. 대전의 행정구역명을 살펴보면 일제강점기의 흔적들을 볼 수 있다.
대전의 중촌동이라는 지역은 한때 활성화된 대전의 주거지역이었으나 지금은 많이 쇠퇴된 지역이기도 하다. 공주군 산내면의 지역으로 산 중앙에 있다는 데서 또는 대나무가 많았다는 데서 죽말·중말·중촌(中村)이라고 불렀던 곳이다. 중촌동에는 오래된 주거공간이 있는데 이곳에는 중촌동 거리미술관이 조성이 되어 있다.
차가 멈추기에는 협소한 지역이라 그냥 지나치기 십상인 곳이 바로 이곳 중촌동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행정구역 '정'이 붙여진 적이 있었다. 1940년 대전부의 구역 확장으로 대전부에 편입되어 중촌정(中村町)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동쪽에 대전천, 서쪽에 유등천이 북쪽에서 흐르는데 동쪽은 동구의 삼성동, 서쪽은 서구의 탄방동·용문동과 경계가 되며, 북쪽은 대덕구의 오정동, 서구의 둔산동과 인접해 있고, 남쪽은 선화동, 목동, 태평동에 인접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오래된 집들이 있고 협소한 골목길의 사이로 내려가 보면 벽화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일대에는 예술가들이 골목길 담과 건물 벽, 계단 등에 벽화를 그리고 조형물을 설치하는 등 거리미술 작품 22점을 곳곳에 선보인 것이 오래전이다.
직접 와보면 알겠지만 마치 섬과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다. 호남선과 대전선 철길이 지나고 앞으로는 대전천, 뒤로는 중촌 고가도로가 막고 있어 도심 속의 섬처럼 격리돼 있던 공간이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거리미술관이 되었다.
대전이라는 도시의 곳곳을 다니다 보면 섬처럼 보이는 공간이 있다. 이런 공간은 보통 보이지가 않아서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지만 다른 감성을 느껴볼 수도 있다.
이곳에는 의외로 텃밭들이 많다. 미니 정원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 자신이 딛고 있는 땅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평소에는 알기 힘들다. 흙이 산성인지, 알칼리성인지, 척박한 지, 질척한지, 자갈 투성인지 등도 모르고 지나간다.
아무런 관심이 없었던 흙이 어떤 느낌을 받게 하는지 알게 한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 살아온 공간을 거리미술관으로 만들어가는 의미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문득 하늘을 바라보니 높이 솟아있는 구조물에 색칠을 칠해놓은 것이 보였다. 꼭대기 위에는 수도꼭지가 형상화되어 있고 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표현해두었다. 도심 속 삭막하기만 했던 빌딩 숲이 오색찬란한 그림으로 뒤덮인 캔버스가 되고 거리를 미술관으로 탈바꿈하는 '거리로 나온 뮤지엄'이 곳곳에서 진행되는 5월에는 2022 박물관 미술관 주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