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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22. 2016

나만이 없는 거리

누군가를 구한다는 것은...

나만이 없는 거리라는 다소 의미심장한 영화 제목이 나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최근에 일본 영화나 드라마의 진지함과 잔잔함이 취향에 맞은 터라 자주 일본 영화를 감상하곤 한다.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훨씬 더 많은 인기를 누렸던 작품이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영화는 평범한 수준에서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만화나 애니를 보지 않았다면 영화는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그냥 이런 콘셉트의 영화도 있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과 주인공인 사토루는 상당히 이타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함께 들게 만든다. 영화의 배경은 성인이 된 2006년과 사토루가 어릴 때의 모습이 담긴 1988년이다. 18년의 시간차를 두고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평범한 타임루프를 다룬 스릴러 영화 같기도 하면서 일본이 가진 문제를 부각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미래 만화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토루는 홀어머니와 함께 살아간다. 아버지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아 그렇게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 같다. 그에게 묘한 능력이 하나 있는데 위기의 순간을 계속 반복한다는 것이다.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그 타임루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계속 똑같은 순간을 맞이한다. 


주변의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던 사토루는 이 모든 문제의 매듭이 과거 자신이 좋아했던 첫사랑과 연관이 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사토루의 첫사랑은 죽어서 안 되는 사람이었고 그것으로 인해 사토루에게 시간의 균열이 생긴 것처럼 보인다. 즉 현재 발생되는 일련의 사건들이 과거의 연쇄 유괴사건과 연관이 있는 셈이다. 그래서 그녀는 있어야 하지만 나만이 없는 거리가 되는 것이다. 

자신의 어머니가 살해됨으로써 시작된 18년 전으로의 여행은 과거 유괴사건의 흔적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진범을 알게 된 어머니와 진범을 알지 못했던 사토루와의 교차점 그리고 그런 사토루를 믿어주는 아이리와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과거의 카요를 구해내는 것만이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는 것이라는 허술한 설정이 조금 과하게 느껴진다. 진범을 잡지는 못했지만 과거의 카요를 구해내면 현재의 어머니도 죽지 않는다라는 명확한 논리만 영화에서 그려진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특히 주인공의 이타적인 자세를 넘어선 희생정신은 너무 뻔하게 보인다. 그리고 악인이 더 악인스러워야 하지만 순정만화에서나 나옴직한 스타일로 영화의 매력을 떨어트린다. 

성인이 된 사토루를 연기하는 후지와라 다쓰야의 연기는 너무 상투적으로 다가온다. 그가 연기했던 대부분의 영화와 똑같은 모습이 이 영화에서도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귀여운 아르바이트생 아이리는 그냥 티 없이 맑고 깨끗한 캐릭터다. 다소 퉁명스러운 사토루에게 어떤 호감을 느꼈는지 몰라도 계속 잘 웃어준다. 

영화 나만이 없는 거리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듯한 구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정교하지는 않다. 그냥 과거와 현재를 따로 나누어서 생각하고 현재의 문제는 과거에서 해결하면 끝..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은 사토루만이 가능하다. 그나마 아역 연기자로 나온 스즈키 리오의 연기가 아동학대를 당하는 카요를 잘 연기했다고 평가할만하다. 


나만이 없는 거리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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