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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26. 2016

이퀄스

남녀관계처럼 느껴지는 영화

사람의 감정이란 간단하게 이야기하기 힘들 정도로 참 복잡하다.

때론 격정 적으로 몰아치기도 하고 때론 자신을 견디기 힘들게 할 만큼 기분을 다운시키기도 한다. 감정을 통제한다는 콘셉트의 영화들은 적지 않게 나왔다. 감정이 있어서 전쟁이 있고 범죄가 있고 문제가 발생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감정이 통제되는 사회를 그린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연기할 때는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배우 크리스천 베일 주연의 이퀄리브리엄이다. 감정 통제사회의 어두운 이면과 그들을 통제하는 조직의 액션씬이 잘 어우러진 영화이기도 했다. 


사람의 감정중 사랑이 가장 강력한 범죄라고 취급받는 영화 이퀄스는 이퀄리브리엄과 비슷할까? 

전혀 다른 콘셉트의 영화이다. 감정이 통제된다는 사회를 그리긴 했지만 무늬만 그런 느낌인 이퀄스와 그런 사회를 제대로 그린 이퀄리브리엄과는 가는 길 자체가 다르다. 이퀄스는 그냥 그런 사회를 그리는 척하면서 사랑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영화이다. 


감정이 통제되는 사회에서 동료의 죽음을 보고 감정 변화를 일으키는 니아를 보고 사일러스는 호기심이 생긴다. 그리고 생전 처음으로 낯선 감정을 느낀 사일러스는 그녀에게 계속 다가가며 어필한다. 결국 니아는 마음을 열게 되고 이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사랑을 나누게 된다. 그리고.. 사랑을 위해 탈출한다는 뻔뻔해(?) 보이는 결말을 향해 다가간다. 


SOS (Switched-on-Syndrome) - 감정 통제 오류 증상. 감정이 억제되었던 유전자가 깨어나면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는 증상을 말함

감독이 그런 것을 의도한 것인지 모르지만 감정이 통제하는 사회라는 콘셉트를 지우고 보면 그냥 남녀 간의 사랑 줄다리기 같은 느낌이 드는 영화다. 연애 초기에 여자들은 수동적이면서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니아의 입장이고 초기에는 호기심을 보이다가 자신의 감정에 휘둘려서 여자의 마음을 얻으려는 사일러스는 전형적인 남자의 모습이다. 정말 자신을 좋아해 줄 수 있을 것인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여자는 남자에게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다. 

이 영화를 감상하는 관객들은 어떤 배우에게 몰입감을 느끼게 될지 모르지만 사일러스의 경우는 전형적인 남자의 심경 변화가 보인다. 마음이 평온해있는 상태의 이퀄에서 이성을 보고 흔들리게 되는 SOS상태, 그리고 감정 발달로 인해 자신의 일에 대한 집중도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보통 연애 초기에 겪는 증상들 중 하나이다. 여기서 안정적인 관계로 가면 다행이지만 자신의 감정에 완전히 흔들리게 되면 영화에서 말하는 것처럼 치료 감호소로 끌려가게 된다. 치료 감호소에 수용될 경우 일상생활은 불가능하다. 

연애를 하게 되면 누군가는 주도권을 잡게 되는데 주로 덜 사랑하는 쪽이 잡게 된다는 입증되지 않는 통설(?)이 정답처럼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서로 좋아하는 상태가 균형을 이루는 이퀄(동일한) 상태에 이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관계 같아 보인다. 사람에 따라 성향이 다르겠지만 주로 그런 상태가 오래가는 것 같다. 


이영화를 감상하려는 사람들은 이퀄리브리엄이나 감정 통제사회의 깊은 이해 같은 것을 바라지 말고 감상해야 좋을 듯하다. 즉 니콜라스 홀트와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가상 연애를 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보아도 좋다. 감정 통제사회에 대한 별다른 문제의식 제기도 없고 그냥 흉내만 내다 끝내는 영화다. 영상은 살짝.. 아름다워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사랑감정에 휘둘려 오류를 겪게 되면 영화에서 말하는 결함인처럼 노동성과 생산성을 해치는 인간이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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