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비빔밥

울진 금강송숲에서 여행의 목적에 대해 생각해볼 때

사람에게 기회는 언제 찾아올까. 기회는 평온할 때 오지 않는다. 사람의 가능성은 상황이 만들지 환경이 만들어내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주변을 둘러싼 환경이나 현재 상태 혹은 자연환경은 개인이 바꿀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사람은 원래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그런 상황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이다. 우리가 불안을 회피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바로 불안 뒤에 오는 안 좋은 상황이 더 아프게 느껴지기 대문이다. 안 좋은 상황은 지금 경제적이나 모든 것이 안정적일 때 스스로 만들어낼 때 기회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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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이라는 지역에서 큰 산불이 났다는 것은 여러 번 뉴스로 접했지만 그 지역은 생각했던 곳과는 달랐다. 그렇게 머나먼 곳에 있을 것이라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 주 먼 곳이었다. 이번 여행은 산불이 난 울진의 보부상길을 걸었다. 태어나서 보부상에 대한 이야기를 이토록 많이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번 여행을 안내한 분들은 아마 대대로 보부상 집안이었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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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되지 않은 체력으로 인해 왜 떠났는지를 계속 자문하며 걸은 보부상길은 두천리 주막촌에서 바릿재, 찬물내기, 조령성황사, 주막터, 대광천등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필자의 메타인지와 이렇게 많이 대화해보는 것은 처음일 것이다. 필자 속의 메타인지는 필자를 상당히 과대평가하고 있다. 자꾸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럴 때면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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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환경이다. 자연환경도 그중에 하나다. 우리는 여름을 피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뿐이다. 에어컨을 틀고 계곡을 놀러 가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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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의 산불은 뉴스에서 보는 것만큼이나 심각했었다. 울진을 대표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금강송 나무 군락지가 있는 근처까지 화마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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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여행이라면 울진의 보부상길은 추천할만한 곳이 아니다. 나무가 대부분 타서 햇빛을 가릴 나뭇가지가 보이지 않는다. 이곳을 몇 번 산행하면 굳이 선탠을 하지 않아도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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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동안을 보부상 이야기를 들으면서 걷다 보니 과거에 태어났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과거에 급제했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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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이 20대였던 사람들 속에서 나이가 많이 들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지 땀을 뻘뻘 흘리면서 괴로운 상황 속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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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많은 것들을 누리면서 살고 있지만 잃어버리고 나서야 아는 것들이 있다. 사실 우리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생존하는데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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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의 먹거리를 들고 계곡 근처를 와서 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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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비빔밥을 먹기 위해 이곳까지 온 것일지도 모른다. 한 그릇을 게눈 감추듯이 해치우고 나니 피곤함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 음식들을 가지고 온 트럭에 한 여성이 힘들다고 하면서 탔다. 다른 누군가가 필자가 무척 힘들어하는 것을 보더니 차를 타고 내려가는 것이 어떻냐는 말을 했다. 또 메타인지가 할 수 있다고 속삭이는 데다가 같이 걸어왔던 무리의 여성들이 쳐다보기에 차마... 타지 못하고 걸어갔다. 역시... 상황이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힘들 기회와 함께 극복할 기회도 말이다.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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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이다. 뭐 생김새야 다를 것이 없겠지만 이렇게 걸어와서 먹으니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인가. 이 밥이 없었다면 걸어가는 도중에 객사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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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관점에서 보면 비빔밥은 항상 옳을 때가 있다. 보부상 비빔밥이라는 콘셉트로 울진에서 팔면 어떨까. 울진 비빔밥을 먹을 때는 봇짐을 지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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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와서 누군가를 칭송하는 비를 세워놓다니 약간 의외기도 했지만 이곳 주변에 사람이 거주했을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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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면 내가 걷고 있는 것인지 걷고 있는 내가 나인지 모호해질 때가 있다. 그런 때 메타인지가 작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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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물이 흐르는 것을 보니 반갑다. 산을 오르고 내리는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이런 맑음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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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을 걸으면서 생각한 것은 바로 사람이 처한 상황이다. 사람은 자신이 제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익숙한 환경에서만 살아가는 것이다. 익숙한 환경은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우리는 울진의 자연환경이 특정한 상황에서 파괴된 것을 보았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지금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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