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저도로 연결하는 콰이강의 다리
사람이라는 존재는 특정 환경에서 계속 생활하다가 보면 극한적으로 자신이 광기에 휩싸였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깨닫지 못하게 된다. 다른 사람이 봤을 때 이해가 안 가더라도 그들에게는 잘못된 것이 없다. 정신이상으로 보이는 듯한 푸틴이나 n번방의 가해자들, 가혹행위를 하는 기업 대표 등 정상적이지 않아 보이는 이런 사례는 일방통행의 권력욕이기도 하다. 그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잘 못하는 것이나 환경에 처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점이다.
이곳은 창원 마산합포구에 자리한 콰이강의 다리라는 곳이다. 의창군이었을 때 구산면 육지부와 저도를 연결하기 위해 1987년에 놓인 길이 170m, 폭 3m 규모의 철제 교량은 좁지만 차량과 사람이 통행하던 곳이었다. 지금은 옆에 더 큰 규모로 신교량이 놓였는데 그것이 2004년이었다. 보행전용 교량으로 사용되다가 2017년 3월에 콰이강의 다리로 거듭났다.
너무나 평화로운 일상이지만 영화의 제목으로도 사용이었던 콰이강의 다리는 그렇게 평온하지 않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제어되지 않는 광기는 바로 전쟁에서도 드러난다. 콰이강의 다리는 1943년 2월 완공 당시에는 목조 교량이었으나 석 달 후 철교로 바뀌었는데 영국군 포로를 동원하여 일본군이 만들었다가 1944년 연합군의 폭격으로 파괴되었다가 후에 복구되었다. 태국을 갈 일이 있다면 쾌 야이 강을 횡단하는 콰이강의 다리를 가보는 것도 좋다. 그 부근에는 쾌야이 전망대와 태국 군사 역사가 있는 제2차 세계대전 박물관도 있다.
창원의 콰이강 다리의 바다도 참 맑다. 자신만의 공간이나 생각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이 매우 잘하는 것에서 벗어나 을의 입장에서 배우던가 새로운 것을 보는 것이다. 고착화되고 생각이 닫혀 있으면 가능성은 그만큼 좁혀진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틀렸어도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모두 새로운 것을 싫어한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자신 속의 메타인지를 키우는 일이다. 메타인지가 명확해지면 좋은 것은 자신의 길이 명확해지고 가능성의 폭은 넓어진다.
영화 콰이강의 다리에서 나오는 유명한 음악인 '보기 대령의 행진'속의 휘파람을 연상하면서 건너가 본다. 노래 제목은 잘 모르겠지만 노래를 들어보면 모두가 무릎을 탁 칠 것이다. 영화 분위기와 달리 매우 경쾌하게 다가올 것이다.
밤이면 은하수 조명으로 빛나는 저도 콰이강의 다리 스카이워크에 화려하고 역동적인 콘텐츠를 담은 미디어 파사드와 LED라인 경관조명이 이곳에 있지만 그냥 낮시간에 만족해본다.
분수대에서 흩뿌려지는 물이 잔잔하게 파동을 일으키며 소리를 내고 있다. 분수대의 아래 네 명의 여인들이 각자 악기를 들고 연주하는 모습이다. 이 날따라 저도 대령의 행진의 음악이 듣고 싶어 진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구복리에 딸린 섬인 저도는 섬의 모양이 돼지가 누워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여 저도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창원의 섬은 돝섬도 그렇고 모두 돼지와 연관이 되어 있다. 저도를 가보실 분들은 일몰과 야경을 보고 오는 것도 추천해본다.
이 콰이강의 다리(저도 연륙교)는 바다에서 13.5미터 위에 설치가 되어 있다. 이날도 많은 사람들이 저도를 찾아와서 콰이강의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트릭아트를 비롯하여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는 구간도 있다. 아래를 바다 보면 바다가 보인다.
사람은 생각 외로 이상한 것에 집착하고 과거의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하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 니콜슨은 일본군인이 반발하면서도 다리를 완공했는데 아군이 다리를 폭파하려는 것을 막으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저지하려고 한다. 이성적이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서 다른 것이 사람이다. 그래서 외부에서 자신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타인이 아닌 비교적 객관적인 메타인지가 자신을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다.
이곳에 차가 지나가던 때가 있었다는 것이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그냥 보행도로로서의 기능을 했을 것만 같다. 다음번에 올 때는 저도도 한 바퀴 돌아보아야겠다.
잠시 멈추어 서서 창원의 바다를 바라본다. 항상 바다로 오면 바람이 참 많이 분다. 풍력발전을 해도 에너지 생산이 가능할 것 같은데 한국에서는 생각보다 풍력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바다를 가르며 수상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도 보인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사람들이 강과 바다로 발길을 하고 있다. 정말 덥기는 하다. 매년 느끼는 것이지만 겨울에는 여름의 그 더운 날씨를 잊고 산다.
콰이강의 다리를 건너와서 저도의 땅을 밟았다. 면적 2.2㎢, 해안선 길이 10㎞의 저도는 천혜의 관광자원을 가진 공간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마지막에 무너지는 콰이강의 다리를 바라보며 니콜슨은 이런 독백을 한다. '내가 지금까지 뭘 한 거지?' 지금 옳다고 생각하고 지켜야 하는 것이 정말 그런 가치가 있는지는 지나고 보면 안다. 그냥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것에 이유를 대기 위해서 그런 것이었는지 말이다. 그 이유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 수 있다.
서울솔로이츠플루트오케스트의 보기 대령의 행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