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비안의 해적 : 속동전망대 편
홍성의 서부면에 자리한 속동 전망대로 가는 길을 걷기 위해 홍성으로 간 필자. 하지만 그는 뜻하지 않게 위기를 맞게 된다. 바로 얼마 전 여행에서 회복되지 않은 허벅지 근육이었다. 속동 전망대까지 가서 사진을 한 장 찍으려고 갔지만 생각보다 오르막이 많았다. 뿐만 아니라 생각보다 더워진 날씨는 몸을 축 늘어지게 하며 필자를 괴롭힌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데크길을 걸어서 전망대까지 걸어간 필자. 오래간만에 맡아보는 달콤한 향기 ‘아카시아’, 악명 높은 계단, 그리고 뙤얕볕에 놓여 있어 아주 따뜻해진 벤치가 필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해바다의 보고라는 천수만은 홍성군에 걸쳐 있는데 이곳에는 해안가를 이어주는 관광로드가 만들어져 있다. 궁리포구부터 이곳 속동전망대, 승마체험장, 속동 해안공원, 어사 노을공원, 노을전망대 & 백사장, 남당항, 죽도까지 있는데 이 중에서 아직 죽도만 가보지 못했다.
걷다가 달콤한 향에 위를 쳐다보니 아카시아가 있었다. 어릴 때 아카시아 꿀을 빨면서 생존(?)했는데 오래간만에 보니 반가웠다. 아카시아는 꿀로도 유명하지만 그 향이 달콤한 것이 특징이다.
속동전망대까지 엎어지면 코가 닿을 줄 알았다. 그런 생각은 바로 빗나가버리고 열심히 걷는 방법뿐이 없었다. 다행인 것은 가는 길에는 그늘이 진 곳이 많았다는 점이다.
속동전망대에는 배 모양의 전망대 시설이 있어서 마치 영화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기 위해 가는 것이었다. 이제 캐리비안의 해적도 더 이상 개봉하지 않고 꿈과 낭만이 사라지는 것만 같다. 사실 배를 타고 그렇게 항해하는 것은 개고생인데 말이다. 게다가 능글능글하고 술 마시면 그 이후가 없는 잭 스패로우 같은 선장이라면 다른 해적에게 칼 맞아 죽기 딱 좋다.
오르막이 나왔다. 생각지도 못했던 구간이다. 모섬은 서부면 상황리 부엉재산의 한 자락으로 2012년에 섬 서쪽 끝에 배 모양의 포토존을 설치했는데 거기서 타이타닉의 명장면을 자주 연출한다고 한다. 그 영화를 생각하면 노래 'My heart will go on'이 먼저 연상된다.
이곳에 심어져 있는 나무들은 방풍림의 역할도 하고 있다. 상록수인 소나무들이 많이 심어져 있다. 이곳 어딘가의 모래의 밑에 럼주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속동전망대가 있는 모섬이 드디어 보이기 시작했다. 저곳에 가면 드디어 방향타를 잡아볼 수 있다. 해 질 녘 바다 건너 안면도 쪽으로 스러지는 일몰이 장관이라는 이곳은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로 689에 속동갯벌마을이 있다.
물이 빠져서 드 넓은 갯벌이 형성되어 있다. 서해의 매력은 바로 이런 풍경의 변화에 있다. 남해나 동해는 물이 더 맑기는 하지만 썰물과 밀물로 지형이 바뀔 정도의 모습은 볼 수가 없다.
다시 올라가는 길이 나왔다. 역시 쉽게 해적이 될 수는 없는 모양이다. 홍성 8경 중에 하나인 마을의 갯벌과 속동 전망대 부근에는 예로부터 천수만은 갯벌이 발달하여 있고, 서해안의 고기들의 산란장소로 생태환경의 보고가 있다. 지금은 입구에는 한참 관광시설을 만드는 공사 중에 있다.
한적한 곳에 자리한 전망대에는 돌고기 조형물이 있고 그 앞으로 튀어나가듯이 뱃머리가 만들어져 있는데 방향타도 있다.
뱃머리에 선 것 같은 느낌을 들게끔 만들어주었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나침판이다. 나침판은 지금도 어디에서든 간에 아주 중요하게 활용이 된다.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잭 스패로우가 들고 있는 나침판은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마음속의 길을 알려준다.
운전대를 잡은 사람의 마음이라고 했던가 방향타를 잡은 사람이 배를 원하는 방향으로 가게 할 수 있다. 삶의 방향타를 자신이 잡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자신만이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방향타를 못 다룬다면 그 어느 곳에도 도달할 수 없다. 이제 잭 스패로우 놀이는 그만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