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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25. 2022

바다가 머문 카페

깔라만시가 새콤 시원하게 느껴진 날

현실을 보면서도 현실과 다르게 보는 것이 작가이기도 하다. 작가가 마주한 세계는 그 어떤 확실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때론 인간은 환상과 이성을 빼앗긴 채 어둠 속에 내버려진 망명자가 되기도 한다. 어떤 존재가 머물러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지나가는 것 같기도 한다. 우연하게 들른 카페에서 베트남 붕타우에서 마셨던 칼라만시의 맛을 느꼈다. 

카페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마당에 있는 시바견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왠지 이 시바견의 이름을 알 것만 같았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도지 코인이다. 도지 코인은 초기부터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열풍을 풍자하는 의미로 만들어진 암호화폐였지만 지금은 도박장의 한 복판에 들어와 있다. 

바다가 머물러 있는 듯한 느낌의 카페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 카페의 콘셉트는 전체적으로 바다를 머물게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사물이 아닌 많은 것을 숙고할 수 있으므로, 우리의 생각은 사물 세계의 수평 너머로 멀리 뻗어갈 수 있다. 이 카페의 숨은 그림 찾기를 한다면 초승달이다. 카페의 주인은 달에서 많은 것을 찾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찻잔에 잠시 머물러서 바다를 담아본 듯한 느낌을 받아본다. 필자 앞에 무언가가 놓여 있고, 필자는 그것을 지각한다. 그것이 무엇이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필자는 대답을 내놓는다. 그 대답은 지금 특정 위치에서 의식적으로 지각할 수 있는 모든 것 가운데 일부를 선별한 것이다. 

동물과 사람이 함께 수평선 너머로 비추어지는 노을을 바라보는 그림이 카페 안으로 들어오면 처음 보인다. 대답은 항상 존재한다. 그 대답을 내놓는 그 사람의 사전에서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해바라기는 언제보다도 에너지가 풍겨 나는 느낌을 받게 한다. 그 아래로 고암 이능노에 대한 생각들이 놓여 있다. 고암 이응노는 현대적 수묵화 작업으로 자연 풍경과 향토적인 인물 풍경 또는 동물·새 등의 소재를 주제로 삼은 독특한 붓놀림의 창작성을 시도했던 사람이다. 

저번에 왔을 때는 무척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던 때였다. 바다로 나아가 있는 다리에서 이 카페를 바라보았다. 세상은 그렇게 밖에서 안으로 안에서 밖을 보는 것처럼 세상은 투영된다. 

이 카페는 2층에서 열린 공간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모던하면서도 층고가 높게 설계되어서 개방감이 있는 카페다. 

바다를 볼 수 있도록 창을 많이 배치하여 개방감이 느껴지게 만들어두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생각이 담긴 주관적인 거친 말을 내뱉는데 그런 것은 긍정 속에서 소란스럽게 만들고 동시에 부정적인 것, 즉 타자를 거부하고 침묵하는 말이기도 하다. 

아까 주문했던 깔라만시가 나왔다. 동남아를 여행 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그곳에서 흔하게 마실 수 있으면서 한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과일의 풋풋함이 담겨 있는 것이 깔라만시다. 필리핀에서는 연중 볼 수 있으며, 보통 익지 않은 풋열매를 수확하는데 관상수로 재배되는 경우도 많은데 상당히 신맛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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