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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머문 카페

깔라만시가 새콤 시원하게 느껴진 날

현실을 보면서도 현실과 다르게 보는 것이 작가이기도 하다. 작가가 마주한 세계는 그 어떤 확실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때론 인간은 환상과 이성을 빼앗긴 채 어둠 속에 내버려진 망명자가 되기도 한다. 어떤 존재가 머물러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지나가는 것 같기도 한다. 우연하게 들른 카페에서 베트남 붕타우에서 마셨던 칼라만시의 맛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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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마당에 있는 시바견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왠지 이 시바견의 이름을 알 것만 같았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도지 코인이다. 도지 코인은 초기부터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열풍을 풍자하는 의미로 만들어진 암호화폐였지만 지금은 도박장의 한 복판에 들어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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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머물러 있는 듯한 느낌의 카페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 카페의 콘셉트는 전체적으로 바다를 머물게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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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물이 아닌 많은 것을 숙고할 수 있으므로, 우리의 생각은 사물 세계의 수평 너머로 멀리 뻗어갈 수 있다. 이 카페의 숨은 그림 찾기를 한다면 초승달이다. 카페의 주인은 달에서 많은 것을 찾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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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에 잠시 머물러서 바다를 담아본 듯한 느낌을 받아본다. 필자 앞에 무언가가 놓여 있고, 필자는 그것을 지각한다. 그것이 무엇이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필자는 대답을 내놓는다. 그 대답은 지금 특정 위치에서 의식적으로 지각할 수 있는 모든 것 가운데 일부를 선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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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사람이 함께 수평선 너머로 비추어지는 노을을 바라보는 그림이 카페 안으로 들어오면 처음 보인다. 대답은 항상 존재한다. 그 대답을 내놓는 그 사람의 사전에서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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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는 언제보다도 에너지가 풍겨 나는 느낌을 받게 한다. 그 아래로 고암 이능노에 대한 생각들이 놓여 있다. 고암 이응노는 현대적 수묵화 작업으로 자연 풍경과 향토적인 인물 풍경 또는 동물·새 등의 소재를 주제로 삼은 독특한 붓놀림의 창작성을 시도했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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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왔을 때는 무척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던 때였다. 바다로 나아가 있는 다리에서 이 카페를 바라보았다. 세상은 그렇게 밖에서 안으로 안에서 밖을 보는 것처럼 세상은 투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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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페는 2층에서 열린 공간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모던하면서도 층고가 높게 설계되어서 개방감이 있는 카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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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볼 수 있도록 창을 많이 배치하여 개방감이 느껴지게 만들어두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생각이 담긴 주관적인 거친 말을 내뱉는데 그런 것은 긍정 속에서 소란스럽게 만들고 동시에 부정적인 것, 즉 타자를 거부하고 침묵하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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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주문했던 깔라만시가 나왔다. 동남아를 여행 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그곳에서 흔하게 마실 수 있으면서 한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과일의 풋풋함이 담겨 있는 것이 깔라만시다. 필리핀에서는 연중 볼 수 있으며, 보통 익지 않은 풋열매를 수확하는데 관상수로 재배되는 경우도 많은데 상당히 신맛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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