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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30. 2021

가을 사람

통영 웨이... 카페, 힐링, 바다

사람들은 익숙한 삶에서 더 나아가려고 하지 않으려고 한다. 무언가를 새롭게 창조하는 사람 역시 그 길이 막히면 자신이 걸어온 길을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주기를 비현실적으로 기대하고 요구하기도 한다. 새롭고 더 만족스러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영역으로 나아가려는 모험을 하지 않는 상태에 머무는 것이다. 세상은 완벽하지 않아도 되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실패를 연상케 하기에 주저한다. 

통영 동피랑은 몇 년 만에 다시 글을 쓰는지 모르겠다. 매년 조금씩 바뀐 것은 알고 있었지만 큰 변화가 없었기에 등장하지 않았었다. 최근에 큰 변화라면 2020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통영 퍼블릭 아트에서 벽화를 새롭게 채색한 것이다. 

창조적인 자신을 되살리는 과정에서는 밀물과 썰물처럼 회복과 침체를 반복한다. 자신감이 붙은 만큼 침체기도 그만큼 깊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그 과정을 이겨내는 방법은 제각기 다르다. 회복기에서 자기 파괴과정이 일반적으로 일어나기도 한다. 창조성이 있어야 하는 길을 걷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시각으로 바라보기에 스스로 자신을 격려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수 있다. 

오래간만에 동피랑에 올라와서 통영의 바다를 내려다본다. 통영의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통영의 대표 관광지는 동피랑과 서피랑이다. 모두 언덕에 자리하고 있으며 주거환경이 좋지 않았던 사람들이 살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통영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통영의 한 카페를 찾았다. 분위기가 조금은 이국적인 느낌의 카페로 골목의 안쪽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차를 주차할 수도 없다. 위에서 내려오든 아래에서 올라오든 간에 차는 멀리 주차를 하고 이곳으로 갈 수 있다. 

"내면의 침목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삶 속의 모든 것에는 목적이 있음을 이해하라."

-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통영의 안쪽에 이런 분위기의 카페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통영 동피랑의 거리에는 다양한 거리카페들이 있기 때문이다. 가볍게 먹고 가볍게 움직이고 가볍게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은 조금 더 분위기를 느껴가며 머무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개방적인 공간이 좋다. 막힌 공간보다는 열린 공간을 지향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얼어 죽을 정도로 추운데 바깥에서 있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은 아니다. 오래된 방식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주거공간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해본다. 

세상에는 열린 눈으로 보는 만큼 많은 것이 보이지만 다양한 생각이 들어올 때면 우리는 문고리를 잡아 걸어서 닫기도 한다. 새롭고 방대한 가능성에 열린 자세로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무언가 세팅된 공간 같지만 어디든 앉아도 좋다. 

가족끼리 온 사람들이 음료를 주문했다. 색깔들도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순수한 커피를, 어떤 사람은 우유가 들어간 카푸치노를 어떤 사람은 초콜릿이 살짝 함유된 음료를 아이를 위해서는 자몽이 살포시 앉아 있는 음료를 주문했다. 

하늘이 맑고 푸르다. 창조적인 삶이란 끊임없는 관심의 연속이다. 통영 생태보고서를 쓴다면 "담쟁이덩굴이 물들어갈 때 우연히 찾아와서 하늘에 열린 구름을 보았다...... 담쟁이덩굴은 건물과 잘 어울려 보였다. 난 청포도가 들어간 생과일주스를 주문했다." 

비주얼을 많이 신경 쓰는 모양인지 생 청포도를 갈아 넣은 것도 모자라서 청포도와 잎, 레몬이 함께 데코레이션 되어 있었다. 

무언가를 진심으로 바라고 움직이면 그곳으로 길이 열린다고 한다. 그걸 두려워하는 것은 오직 자신뿐이다. 소풍가방을 들고 소풍을 가본 기억은 거의 나지 않지만 소풍 세트를 보니 어디선가에서 빨간 머리 앤이 튀어나올 것만 같다.  가을 사람처럼 소풍을 가본다면 어떤 색깔일까. 초록색일까. 단풍색일까. 캔버스의 빈 공간에 색은 입혀져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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