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북천의 양귀비, 달맞이꽃, 장미꽃이 오다.
여름 숙녀가 어느새 바로 옆에 와 있었다. 무언의 사랑 달맞이꽃처럼 이쁜 옷은 입고 온 그녀는 북천에 가득 피어 있었다. 바람소리에 나풀거리는 꽃양귀비처럼 어디로 마음이 향하려 하는가. 북천에서 꽃마중을 나온 꽃들을 보니 멀리서도 눈에 띄는 꽃양귀비가 보이더니 가까이 가서 보니 달맞이꽃과 그 사이로 수줍게 유채꽃이 함께 나와 있었다. 그리고 그 틈새를 놓칠세라 장미꽃도 얼굴을 내민다.
북천역에는 레일바이크가 있는데 레일바이크가 지나가는 기찻길로 가면 꽃마중을 나온 꽃들을 볼 수가 있다. 발은 열심히 페달을 밟고 눈은 마중 나온 꽃을 보면 된다.
이런 풍광의 수채화는 어떠한가. 가장 먼저 눈에 뜨이는 것은 꽃양귀비다. 화려한 것이 항상 가장 먼저 눈에 뜨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멀리서 보면 화려한 것이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오래갈 수 있는 달맞이꽃과 같은 은은함이 더 눈에 뜨인다.
꽃을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건 마르셀 뒤샹이 인생에 대해서 말한 것과 비슷하다. "해답은 없다. 앞으로도 해답이 없을 것이고 지금까지도 해답이 없었다. 이것이 인생의 유일한 해답이다." 꽃에는 해답이 없다.
과연 사람들이 생각하는 유토피아라는 것은 어떤 것인가. 유토피아가 구현된 실재하는 장소를 찾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북천에 보이는 꽃밭처럼 경이로운 공간에서 펼쳐지며, 어디든 접근할 수 있는 도로, 잘 가꾼 정원, 현실의 부조리가 제거된 더 나은 세상이지 않을까.
길가에서 꽃마중을 나온 달맞이꽃은 친근한 식물이기도 하다. 흔하게 보이지만 화려한 색깔의 꽃이 주변에 피어 있으면 잘 눈에 뜨이지 않는다. 달맞이꽃의 꽃말은 기다림, 무언의 사랑이다.
대도시에서는 이렇게 넓은 공간에 꽃을 심어놓은 곳을 만들어놓는 것이 쉽지가 않다. 우선 사람이 너무 많아서 꽃밭이 망가지기 십상이다.
항상 저 건물을 보면 위에 있는 조형물이 마치 마젤란과 비슷해 보인다. 이 땅에도 저렇게 개척을 위해 바다로 나아갔던 사람들이 있지 않았을까.
빨강과 분홍의 꽃양귀비뿐 아니라 노란 유채, 자색의 보라유채, 하얀 안개꽃 등이 있는 꽃밭에 심은 1억 송이 꽃양귀비 작황은 올해 큰 일교차로 꽃에 생기가 넘쳐 꽃양귀비 특유의 화려함을 자랑하고 있다.
지금까지 본 꽃들이 들판에 핀 꽃들이었다면 그 건너편으로 오면 하동의 장미들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장미는 초여름에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는 꽃이다.
꽃의 여왕이라는 장미는 자세히 보면 다른 꽃과 달리 복잡해 보인다. 마치 생각하는 꽃처럼 보인다. 감정을 지니게 될수록 그 옷을 겹겹이 입고 속에는 예리한 가시를 숨긴 것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그 자체로 보면 좋지 아니한가.
프러포즈의 길이라 명명되어 있는 장미의 터널에는 각양각색의 장미꽃들이 있다. 장미꽃마다 각자의 사연이 있는 듯 겹겹이 쌓인 꽃잎에도 은은한 향기가 나고 있었다. 하동에서 만난 꽃마중은 붉은색의 물결 속에 은은한 핑크빛의 달맞이꽃, 그 자태와 향기가 남다른 장미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