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거대한 담론의 일부만 녹여낸 영화

연구실에서 일할 때 카오스 이론은 도시 속 사람 패턴에 적용해보려고 시도했던 적이 있다.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모든 사람들의 작은 행동들이 결국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개념의 논문으로 몇 페이지의 연구방법론 차원에서 그쳤던 기억이 난다. 만약 이걸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논문이 나온다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이 카오스라는 의미의 혼돈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미묘한 선들이 연결이 되어 있다. 인간의 감각으로 그걸 느끼지 못하겠지만 현대 기술로는 설명이 가능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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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카오스 이론을 차용해서 범죄의 아이디어에 적용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킬링타임 영화로는 괜찮지만 잘 만들어진 영화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한 끝 차이에 웰메이드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는 갈라진다. 그래도 2009년에 개봉한 이 영화에는 제이슨 스타뎀을 비롯하여 라이언 필립, 웨슬리 스타입스라는 중량감 있는 배우들이 출연해서 눈길을 끌었다. 대낮에 시애틀 아메리칸 글로벌 은행을 초토화시키고 사라져 버린 무장 강도들이 있지만 은행에 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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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와 우리가 쓰는 실물화폐의 다른 점은 공신력 있는 중앙은행과 공신력이 있지 않은 사적인 공간에서 그 거래를 인정하는 차이다. 필자가 가상화폐를 믿지 않는 이유는 사적인 이유에 만들어지고 탐욕이 충분히 물들일 수 있는 개개인이 그 공신력을 인정한다는 점이다. 금융망을 이용하여 하는 모든 거래는 거의 지워지지 않을 서버의 여러 곳에 기록이 된다. 거래에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그 정보는 알람을 울린다. 미국도 그렇고 한국 역시 그렇다. 범행을 저지르는 일당은 경고를 울리지 않을 100달러 미만으로 수차례 거래를 반복하면서 10억 달러를 훔치는 방법을 고안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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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명예스러운 사건으로 정직 중에 복직한 형사 코너스는 새로운 신참 파트너 데커와 사건을 수사해나가기 시작한다. 아쉬운 건 깔아놓은 복선이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다. 스릴이 있어야 하는데 누가 이 판을 벌여놨는지 중반이 지나기 전에 알아채서 김이 빠진다고 할까. 그 어떤 공포영화라도 무섭지 않게 하는 방법은 귀신이나 누군가 습격하기 전에 카운트다운을 화면 상단에 표시해주면 된다. 사람은 불확실성에 큰 공포를 느끼기 때문이다. 아무리 안 좋은 일도 언제 생길지 알면 그건 무섭지 않다. 주식도 똑같다.


오래간만에 카오스라는 개념을 다시 생각해본 영화는 그냥 가볍게 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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