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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04. 2022

사유의 도시

원삼국시대의 신도시 청주 정북동 토성

도시를 설계할 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현대의 신도시와 과거의 신도시는 다를 것이 없다. 먹고사는 기본적인 욕구가 해결될 수 있는 입지가 가장 중요하다. 상하수도 계획은 도시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서 기본 중에 기본이다. 현대와 고대가 다른 것이 있다면 생활 및 도시기능 유지를 위해 전기, 통신시설, 철도와 각종 편의시설이 더해졌다는 점이다. 

청주에 자리한 정북동 토성은 처음 가봤는데 다른 나라에게 눈에 잘 뜨인다는 것만을 제외하고 입지만으로 보면 상당히 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변에 평야가 펼쳐져 있고 옆에는 미호천이 흘러가고 있다. 축성의 역사를 보면 청동기시대 말기까지 보고 있는데 만약 그렇다면 상당히 잘 지어진 신도시라고 볼 수 있다. 도로부터 각종 시설과 축성의 기술까지 신도시라고 부를만했다. 

멀리서 보면 청동기시대의 무덤인가라는 생각도 잠시 든다. 토성의 주변에 간간히 심어놓은 나무는 누가 심어놓았는지 여유로우면서 사유하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거의 정방형 형태로 만들어진 토성은 남북이 약간 긴 방형이며 성안의 중심부에는 동서를 가로질러 농로가 있다. 이 농로의 북쪽은 20여 호의 민가가 있고, 남쪽은 경작지로 되어 있다. 

청동기시대나 원삼국시대에 가장 중요한 기능 중에 하나는 방어다. 오래전에 만들어진 토성의 주변으로 깊지는 않지만 해자가 만들어져 있다. 적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1차적인 방어 기능을 하는 것이다. 자연적인 지형을 이용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저지가 가능할 듯하다. 

해자에는 지금도 물이 약간 흐르는지 수초가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저 안쪽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올라가 본다. 높이가 약간 있는 편이다. 정북동토성은 1996~1997년 서쪽 성벽 일부와 서문터에 대한 발굴조사가 실시되고, 1999년에는 성내 동반부와 남반부에 대한 발굴조사를 실시하였다고 한다. 

토성에 올라가서 안을 내려다보았다. 생각보다 상당히 넓은 면적의 토성이다. 현재의 기준으로 따진다면 1,000여 세대는 족히 들어갈 수 있는 면적이다. 축성 당시 성내의 배수문제는 서쪽이 약간 높은 지세에 따라 현재의 동문 쪽에 수구가 있었을 것 보고 있다. 

성벽의 높이는 3.5m∼5.5m, 성벽의 윗부분 폭은 2m, 성벽의 밑 부분은 11.9m 이상이라고 한다. 기분이 묘해지는 느낌이다. 토성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었을까. 지금은 텅 비어 있지만 계획도시 그 자체처럼 보인다. 

청주시는 올해 말까지 40억 원을 들여 청원구 정북동 일원을 생태와 역사가 어우러진 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으로 외부에도 건물 공사가 한참 중인 것을 볼 수 있었다. 잔디광장(6천700여㎡)과 억새·갯버들·갈대 군락지도 조성되면 청주의 또 다른 관광지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정북동토성은 현존하는 토성 가운데 가장 보존상태가 좋은데  미호천과 청주시 중심부를 남쪽에서 북쪽으로 흘러 미호천에 합류하는 무심천이 합류하는 까치내의 동쪽 연안의 넓은 평야지대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기초 부분 조성 없이 축조된 순수 판축토성으로 문 터는 동 · 서 · 남 · 북 성벽의 중간부에 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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